현시시간으로 지난 2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바이오 등 3대 산업에서 미국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미국의 지역사회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환경문제에 중점을 두고 투자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자금 투자·일자리·환경 3박자를 모두 갖춘 발표였다.
반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LG의 미국 배터리 투자는 미국 배터리 산업의 역사”라고 강조한 뒤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와 같이 배터리 분야에도 적극적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사장은 또 “핵심원료 소자 분야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를 두고 ITC 판결 결과를 의식한 발언인 것으로 추측한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극적 협의를 이루긴 했지만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사실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SK도 인센티브 등 미국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것들이 있겠지만 지적재산권 문제에 특히 민감한 바이든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춰 발표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SK이노베이션이 한때 등을 돌렸던 포드와 과감히 손을 잡은 것도 바이든 정부의 자국 기업 지원 기조에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은 상대적으로 미국 정부에 당당할 수 있는 입장이다.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도 승소했고, 대규모 투자를 미리 발표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과 오하이오주에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구축하기로 했고, 오는 2025년까지는 미국에 단독으로 5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양 사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SK 입장에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저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앞으로 미국 정부가 양 사에 어떤 지원을 할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