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배구조 개편

SK하이닉스, 손자에서 아들되나?

김덕호 기자입력 2021-04-14 17:18:14
투자지주 신설되도 SK㈜의 손자회사 지위 유지 신설 지주회사가 반도체 등 투자 직접 나설 듯

SK텔레콤 CI[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SK(주)의 중간지주회사로 전환된다. 통신 존속회사로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를 설립하고, 신설 투자회사를 세워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14일 SK텔레콤은 공시를 통해 중간지주사 체제 변환 방침을 밝혔다. 같은 날 박정호 대표는 내부 임직원을 상대로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 참가해 임직원들에게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SK텔레콤은 존속회사로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를 설립하고, 신설회사로 ‘ICT 투자전문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지목된다. 하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자회사 의무 지분 보유율 30%’룰 회피, 또 다른 하나는 반도체·ICT 등 신사업 육성이다.

재계에 따르면 현행법에서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 보유율은 20%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부터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 보유율을 30%로 높이기로 했고, 이에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10%를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분 10% 추가 확보는 14일 종가 기준으로 봤을 때 적어도 10조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대규모 지출이다. 반면 지배구조를 변경할 경우 SK텔레콤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르는 불이익을 피하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주력 사업을 통신과 비(非)통신으로 나누고, 각 사업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판단이다. 이동통신사업 아래에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통신 관련 회사를 두고, 신설되는 투자회사 밑에는 SK하이닉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신사업 자회사를 배치한 것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전통적인 통신 사업, 반도체·ICT 등 신 사업을 분리했다. 통신업 이미지가 강한 SK텔레콤을 ITC 등 미래사업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의도다.

반도체 등 미래사업 투자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를 보유한 ICT 투자전문회사가 직접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는 방안이 가능해서다. ICT 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배당수익과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기준 2조9760억원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했지만 인수합병 시장에서 활동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SK그룹의 지배구조와 공정거래법이 배경이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를 정점으로 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진다. SK(주)가 SK텔레콤 지분 26.8%를 소유하고,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가진 형태다.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지위는 SK(주)의 손자회사인데, 현행법은 손자회사가 타 기업을 인수할 때 해당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것을 강제하고 있다. 합작 투자사 설립 역시 불허됐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SK㈜와 신설 지주회사를 합병해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들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왔었다. SKT는 이날 이같은 가능성을 부인했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래 지향적인 기업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회사명도 준비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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