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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칼럼] 사마천이 엑슨모빌에 투자했다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창익 산업부 부장
2021-04-01 16:58:45

- 유가는 지정학적 함수다

- 투자는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엑슨모빌 주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랠리가 본격화하면서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배당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유다. 엑슨모빌 투자자라면 사마천의 화식열전을 한번 읽어볼만하다.

원자재 투자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심지어 그 숲을 둘러한 하늘까지 봐야한다. 다른 투자도 마찬가지지만 원유 등 원자재는 특히 더 그렇다. 경기흐름을 잘 타야하고, 국제정치 상황도 주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화(貨)를 증식(殖)하기 위해서는 천문과 지리는 물론 인간의 욕망, 즉 인문을 잘 알아야 한다고 한 사마천의 통찰은 곱씹어볼만 하다.

지난달 2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WTI)는 배럴당 61.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좌초로 수에즈 운하가 마비되면서 하루 사이 유가가 5.9%(3.42달러) 오른 것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던 유가에 지정학적 불안감이 불을 당긴 것이다.

국제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10%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이날 유가 급등은 걸프 해역과 지중해를 오가는 유조선 통행의 마비에 시장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에 대한 방증이다.

원유 투자 그루들은 ‘유가는 시장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란 말을 자주한다. 수급에 따라 가격이 최종 결정된다는 점에서 유가는 분명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결정한다. 하지만 원유 수급은 지정학적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장기 수요곡선은 경기상황에 따라 결정되지만 공급 측면은 다르다. 원유 공급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등 과점 공급자와 기축통화국 미국의 이해관계가 만드는 다차원 함수다.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저자 피터 자이한과 ‘화폐전쟁’ ‘관점’의 저자 송홍빈이 제국주의가 끝난 지 거의 한세기가 지난 지금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관점에서 지정학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이유다.

지정학이 공급경로를 통해 유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증명했다.
 

두바이유가 추이(자료=네이버)

 


지난 1년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그래프를 보면 등락을 거듭하던 유가는 6월부터 11월까지 배럴당 ‘40달러’에 거의 고정됐다. 10년 단위 장기그래프를 봐도 이정도 기간 사실상 유가가 고정가격이었던 적은 없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팬데믹으로 원유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 측면에 거의 변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해초만해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증산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유가는 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사태를 기록했다. 러스트벨트 저소득층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저유가가 이득이라고 계산했던 트럼프도 생산원가 이하의 유가는 참기힘든 수준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작년 4월2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협박전화를 걸었다. 감산하지 않을 경우 사우디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왕세자를 압박한 것이다. 이후 사우디와 러시아는 하루 150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유가가 4월말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6월1일 약속이나 한 듯 40달러선까지 올라와 미국 대선이 있었던 11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OPEC+와 미국이 모두 감내할만한 일종의 균형점이었던 셈이다.

경기상황보다 지정학적 요인이 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이를 알았다면 엑슨모빌 투자자들은 이제 이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 재개를 추진하면서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불안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가 만들어놓은 새로운 균형이 바이든 정부에 의해 깨지는 것을 이스라엘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 전 정부가 당근책을 쓴 것과는 달리 트럼프는 철저히 이란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9월 15일 백악관에서 맺어진 아브라함 협정이 그 결과다.

아브라합 협정은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간에 맺어진 평화협정이다.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을 정상 국가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앞서 이집트와 요르단이 평화협정을 맺었었다.

이들 4개국의 공통점은 사우디와 같은 수니파 위주의 국가란 점이다. 카타르와 오만까지 협정을 맺게 되면 수니파 벨트와 이스라엘간의 거대한 연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들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는 적대 관계로 적을 적으로 친다는 이이제이 전략인 셈이다.

글로벌 패권을 놓고 미중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사이 중동 지역에선 이스라엘과 사우디, 이란이 지역 맹주 자리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적대관계인 사우디와 이란에게 이스라엘은 공동의 적이었다. 이제는 이스라엘과 수니파연대-이란 중심의 시아파 벨트간 대립구도가 됐다.

피를 흘리지 않는 패권 이양은 없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지역 패권에도 적용된다. 트럼프가 고립시킨 이란을 지역 맹주로 부활시키려는 바이든 정부의 시도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문제다.

사마천은 화식, 즉 부를 증식하려면 일단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패권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은 역사적으로 같은 종착지를 향했다. 그 것은 전쟁이고, 전쟁은 지정학적 불안의 끝판왕이다. 유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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