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주진의 인사이드 아웃] ‘밥 한끼’가 ‘5조’보다 값진 이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진 데일리동방 생활경제부 부장
2021-03-08 16:48:18

IT기업인 김범수·김봉진 "재산 절반 이상 환원" 통 큰 기부 눈길…'자사 내부 문제 해결에도 주력해야' 쓴소리

코로나 속 경영난에도 결식아동들에게 무료 식사 제공…'선한영향력 가게' 전국 700곳 훌쩍 넘어

우리 사회 기부 문화 뿌리 내리는 긍정 작용…'기업의 주인은 사회' 책임있는 기업가 정신 확산돼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부부[사진=인터넷]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배달의 민족’을 만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아직 기부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는 동안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기부 금액은 5조 원 이상이다. 재계에서 사재를 털어 조 단위 기부를 한 것은 김범수 의장이 처음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경우 세계적 기부클럽 ‘더 기빙 플레지’의 한국인 첫 가입자이기도 하다. ‘더 기빙 플레지’는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져야 하며,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해야 회원이 될 수 있는 기부 클럽이다. 이에 따라 김봉진 의장은 평생 5000억 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게 된다.

“앞으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격동의 시기에 사회 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 서약도 추진 중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월 8일 카카오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 담긴 내용이다. 김범수 의장은 글로벌 재단을 창립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디지털 교육 격차로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 인공지능(AI) 인재를 돕는 데 쓸 예정이다.

◆IT수장들의 통 큰 기부, ESG경영으로도 해석

이들 IT 기업 리더의 기부는 그동안 재계의 전통기업인들이 보여줬던 양상과 다르다. 기부 규모도 크지만, 회삿돈이 아닌 개인 재산을 내놓았다는 점, 사회적 책임에 따른 자발적 행위라는 점이 의미 깊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업의 성장과 거액의 수익 창출이 기업인의 역량이 아니라 임직원‧소비자, 사회 전체가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세계적인 트렌드인 ESG 경영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데,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이 되는 데 힘쓰는 것을 가리킨다.

문재인정부의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 등 ‘한국형 뉴딜’로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ESG는 필수가 됐다.

IT 기업의 젊은 수장들 외에도 재계 대기업에서도 기부를 포함한 ESG 활동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투자로 여기고 적극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IT기업과 대기업들의 기부가 ‘기업이미지’ 만들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 기부 소식과 연달아 불거진 ‘블랙리스트식 인사평가’ 논란에 김범수 의장은 ‘알맹이 빠진’ 기자간담회로 책임을 회피했다는 인상을 줬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역시 글로벌시장 진출을 앞두고 이름을 알리기 위한 기부 행보가 아니냐는 극단적인 쓴소리까지 나왔다. 배달앱의 음식점 자영업자들과 배달기사들에 대한 처우와 서비스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에서였다.

이들 IT기업인들의 통 큰 기부에도 ‘진정성’에 대한 시시비비가 붙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이렇다 할 ‘기업가정신’을 실천해온 기업이 미미했기 때문은 아닐까?

총수 일가의 상속세 탈루, 횡령, 배임, 비자금 조성, 주가 조작, 투자 사기 등 불법으로 부당 이익을 취하고, 회사의 막대한 이익을 사유화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계 내부에서도 기업의 투명한 경영과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화두로 제시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책임있는 기업가 정신의 표상, 고 유일한 박사[사진=인터넷]


◆‘기업의 주인은 사회’…‘선한 영향력’이 사회를 바꾼다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떠난 유한양행 창업자 고(故) 유일한(1895~1971) 박사를 떠올린다. 1926년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는 1969년 자녀가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넘겼다. ‘기업의 주인은 사회이고, 단지 관리만 개인이 맡는 것’라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1991년 세상을 떠난 유재라 씨도 200억 원대의 재산을 기부해 아버지의 정신을 이었다. 유한양행은 18년 연속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올라 있다.

유일한 박사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 ‘기업가는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뒤돌아보게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는 작은 이웃들이 많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휴업에 몰릴 만큼 어려운 상황인데도 밥을 굶는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선한 영향력’ 가게들이 늘고 있다. 

3년째 결식아동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해오고 있는 ‘진짜 파스타‘ 오인태 사장은 자신의 주변에서 굶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 뜻에 동참하는 식당들이 늘어가면서 전국에 700곳이 훌쩍 넘었다.

이들 가게들은 ’선한영향력 가게‘ 홈페이지와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아이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오 사장은 코로나에 폐업을 하더라도 결식아동들에게 밥을 주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는 사장들이 많다고 전했다. 오히려 그들의 걱정은 혹시라도 아이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선한영향력 가게' 사장들의 기부에는 ‘사회적 책임’이니 ‘기업가 정신’이니 하는 명분이나 거창한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다. 밥 한 끼에 담긴 따뜻한 연민과 정성이, 명망 기업가들이 쾌척한 거액의 기부금보다 더 값진 이유다.

모쪼록 기업들의 릴레이 나눔 행보가 책임있는 기업가 정신과 '선한 영향력'으로 우리 사회와 미래를 바꾸고, 따뜻한 기부 문화를 견인하는 자양분이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착한 기업' '좋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실효성 있는 법·제도를 마련하길 바란다.

 

결식 아동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선한영향력 가게들이 늘고 있다[사진=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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