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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과 이별…2021년 구광모의 LG 만들 인사 핵심 '내부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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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2020-11-27 01:23:00

구광모 회장, 사실상 원년 인사...외부 등용 단 한명

성과에 역점...성별·나이 관계 없이 인재 발탁

[사진=LG 제공]


LG그룹이 새해를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회장이 삼촌인 구본준 고문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위해 꾸린 첫 번째 인사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구 회장은 그룹 내부의 안정과 각 임원의 성과에 역점을 두고 이번 인사를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5일과 26일 양일간 그룹사 임원 인사를 시행했다. 25일에는 LG디스플레이와 유플러스가, 26일에는 ㈜LG와 LG전자를 비롯한 나머지 그룹사가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구본준 고문이 LG를 떠나기로 한 후 완전한 구광모 체제로의 첫걸음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구광모 회장, 내부 안정에 초점...외부 등용 단 한 명

구광모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내·외부에 본인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다. 첫 번째 메시지는 ‘그룹 내부 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구 회장이 등용한 외부 인재는 단 한 명이다. 그마저도 그룹사 직속 임원이 아니라 LG전자가 신설하는 북미이노베이션센터의 센터장이다. 조직의 안정을 위해 내부에서 명망있는 인재를 발탁해 승진시킨 것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신임 대표이사[사진=LG유플러스 제공]


대표적인 예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창사 이래 최초로 회사 내부 인물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LG그룹에 36년간 몸담은 하현회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그의 후임으로 임명된 황 사장은 1999년 LG텔레콤으로 입사한 ‘LG유플러스맨’이다. 통신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 모바일 사업에서 성과를 내왔고, 온화한 리더십으로 선후배로부터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도 1984년 금성사에 입사한 LG맨 이방수 CSR 팀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LG디스플레이 경영지원센터장을 지낸 이 사장은 ㈜LG CSR을 총괄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이 소통 전문가인 만큼 조직의 안정과 점점 중요해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립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1988년 입사 후 한국영업본부에서 영업·전략·유통·마케팅 등을 두루 담당한 이상규 한국영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성과에 역점...성별·나이 관계 없이 인재 발탁

구광모 회장이 인사를 통해 전한 두 번째 메시지는 ‘성과주의’다. 구본준 고문이 계열 분리로 LG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기 때문에 때가 돼 임명하는 식의 인사를 완전 배제하고, 철저하게 성과에 근거한 승진으로 ‘자기 사람’을 늘리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구 회장 본인이 재경팀과 시너지팀, 경영전략팀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따져 가능성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키를 맡기고 충성도를 높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OLED TV의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 이현우 TV운영혁신그룹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기반을 구축해 생산성을 크게 높인 이진규 업무혁신그룹장 등을 전무로 임명했다.

LG생활건강에서도 화장품 브랜드 '후'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고, 차세대 명품 브랜드를 육성한 공을 인정받은 이형석 럭셔리뷰티사업부장(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장기룡 상무도 국내외 사업의 성장 촉진과 인재 개발에서 두각을 보여 전무로 임명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특히 여성 임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구 회장의 성과주의 기조에서는 성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경영전략그룹장 전무 [사진=LG디스플레이]



김희연 상무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기반을 구축하고,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수요를 읽어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점을 인정받아 LG디스플레이 사상 최초의 여성 전무가 됐다. OLED 미래기술 개발을 주도해온 윤수영 디스플레이 연구소장(전무)도 최고기술책임자(CTO) 선임됐다.

LG생활건강에서도 1983년생인 지혜경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이 상무로 발탁됐다. 지난 4년간 중국 디지털사업을 이끌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한국과 미국에서 색조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강연희 색조화장품 연구소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LG전자에서도 2명의 40대 여성 임원이 새로 임명됐다. 공간가전·헬스케어 등 미래 트렌드를 찾아 상품 차별화에 공을 세운 구지영 책임과 TV 모듈러 설계·가상검증을 통해 제품 경쟁력과 개발효율을 높인 이소연 책임이 상무로 승진했다.

성과 앞에서는 나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LG전자의 경우 신규 임원 중 1970년 이후 출생 비중이 지난해 57%에서 올해 72%로 크게 늘었다.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된 LG전자 우정호 상무는 1980년생으로, 올해 마흔이다.

재계 전문가는 “구 회장도 올해로 취임 3년 차이지만 LG 구광모號의 원년은 내년이 될 것”이라며 “내부 인재 발탁을 통해 조직의 안정과 충성도를 확보한 만큼 내년에는 더욱 진취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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