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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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작년 영업익 3.2조 "역대 최대"…신가전·TV 호실적 견인 [사진=LG전자] 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을 내세워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열었다. LG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6.9% 늘어난 18조78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35.6% 증가한 647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은 약 50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증권업계의 추정치를 크게 웃돌았다. 4분기 실적을 더한 LG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총 63조2638억원, 영업이익은 3조 191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와 31%가 증가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OLED TV를 비롯한 프리미엄 가전제품과 IT제품의 판매 호조가 주효했다. 공장 이전 등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마케팅 비용 지출의 효율화를 꾀한 것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5년 연속 적자를 이어온 VS사업본부(자동차 전장 부문)가 수익성이 개선된 것도 전체 영업이익이 높아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까지 VS사업본부의 누적 영업손실은 총 3654억원에 달한다. LG전자 측은 “2021년 3분기부터는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스팀청소기 등 위생 가전의 지속적인 판매 호조가 실적 개선에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VS사업부에 대해서는 “북미 시장 중심 수요회복과 원가구조 개선, 생산 효율화 효과가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전망은 더 밝다. 구광모 회장이 지난해부터 과감한 M&A 행보를 보이며 전장 부문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투자업계에서는 LG전자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기업 마그나의 합작투자회사 설립으로 전장 부문의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신설 법인을 통해 기존 VS사업부와 영업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LG전가 이날 공시한 잠정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의거한 예상치다. 연결기준 순이익과 사업본부별 실적은 이달 말 예정된 실적설명회에서 발표한다.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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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감동’ 강조한 구광모, 데이터 분석 기업 ‘알폰소’ 품었다 [사진=LG전자] 최근 신년사에서 ‘고객 이해와 감동’을 강조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데이터 분석 기업 ‘알폰소’ 인수로 발언에 힘을 더했다. 중국 기업의 약진 등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7일 미국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알폰소(Alphonso Inc.)에 약 8000만달러(한화 약 870억원)을 투자해 지분 50% 이상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알폰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전문 스타트업이다. 이번 인수는 최근 구광모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고객 감동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 “고객을 촘촘히 세분화하고, 각각의 고객이 가진 수요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해 고객 감동을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 회장은 특히 ‘고객의 경험과 삶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방법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꼽았는데 이 두 기술을 모두 보유한 곳이 바로 ‘알폰소’다. 알폰소는 이미 북미에서 1500만 가구의 TV 시청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영상분석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알폰소는 현재 LG전자를 포함해 샤프·도시바·하이센스·스카이워스 등 세계 주요 TV 제조업체와 협력하고 있을 만큼 그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LG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TV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콘텐츠 경쟁력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알폰소를 추가 성장동력으로 삼아 중국 기업 등 날로 좁아지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다시금 벌리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 출하된 TV 중 스마트TV의 비중은 83% 이상이었다. LG전자의 TV 제품 중 스마트TV 비중도 90% 이상이다. 그만큼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할 때 LG전자는 알폰소의 광고·콘텐츠 분석 역량을 활용해 고객들이 어떤 제품과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파악하고, 시장별·고객별 수요에 맞춰 공급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맞춤형 전략은 비단 LG전자뿐만 아니라 LG그룹의 전 사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광모 회장이 이 점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알폰소를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강화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드웨어 부문 강화를 위해 LG전자는 지난 2019년 차량 램프 전문 기업 ZKW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의하며 성장동력을 추가했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지난해 1월 소프트웨어 설계 전문 기업 ‘룩소프트’와 합작법인 설립하며 역량을 키웠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관된 기조와 전략으로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총수 경영의 장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마그나에 이어 알폰소와의 협업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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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의 2021 첫 일성 '변화에 대응'·'ESG'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국내 그룹 총수들이 2021년을 맞아 ‘변화에 대한 대응’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기술적·산업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친환경을 비롯한 ESG 경영 기조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4일 재계에 따르면 LG·현대차 등 그룹 총수 등은 잇따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임직원들에게 올해 다짐을 전했다. 신축년 재계 신년사 키워드는 크게 ‘변화에 대한 대응’과 ‘ESG’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위기 극복·새 시대 준비 위한 변화 필요 신년사를 통해 변화를 강조한 대표적 인물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첫 신년사를 통해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이 확산함에 따라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1년을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다양한 변화 중에서도 ‘고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더욱 개인화되고 소비 패턴 또한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 속 열망을 찾아 고객 감동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위기와 변화에 대한 대처’를 신년사의 요지로 삼았다. 신 회장은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지금껏 간과했던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자"며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와 경기 회복을 주도하겠다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년사를 따로 내놓지 않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경영 행보로 평택사업장 파운드리 설비 반입식에 참석해 '뉴삼성'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협력사·학계·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사회적 책임 다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 ESG 경영을 강조한 신년사의 대표주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태원 회장은 "SK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만 잘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허락한 기회와 응원 덕분"이라며 "기업이 받은 혜택과 격려에 보답하는 일에는 서툴고 부족했고 이런 반성으로부터 기업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특히 "기후 변화나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린다. 기업도 더는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커지면서 우리의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이 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지속가능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게 가장 한화다운 길”이라며 "ESG 경영을 강화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분야 리더로서 환경경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기업을 지탱하는 것은 고객의 믿음과 사랑”이라며 “이를 얻기 위해서 효성은 사회에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또 “환경보호와 정도경영·투명경영을 선도하고,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을 추구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받는 효성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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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그늘 벗어난 구광모, 첫 행보는 전장 사업 강화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주)LG] LG그룹이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꼽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에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의 세계적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자동차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에 이어 전기차 부품 합작회사 설립까지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 이후 전기차 관련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LG전자는 2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VS(Vehicle Components Solutions)본부 내 그린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해 캐나다 자동차 부품 기업 마그나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분할되는 그린사업 일부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인버터·차량 충전기·구동시스템(모터·인버터·감속기가 모듈화된 제품) 등이다. LG전자가 분할한 사업부로 신설회사를 세우고 이중 지분 49%를 마그나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합작법인을 만들 방침이다. 인수금액은 4억5300만달러, 우리돈 약 5016억원이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과 합작법인 설립이 승인되면 같은 해 7월 합작법인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합작법인 가칭은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 Co.,Ltd)’으로 정해졌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는 자동차 동력 전달계를 뜻하는 ‘파워트레인’의 설계·생산 능력과 다양한 고객 네트워크 등 보유한 기업이다. LG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파워트레인 분야 경쟁력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 결정은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 확정 후 이루어진 첫 딜이다. 구광모 회장이 바이오·로봇·AI와 함께 미래차 전장 사업을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LG전자가 자동차 전장 사업의 삼각편대를 완성했다고 보고 있다. 파워트레인 부문을 맡은 LG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합류로,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VS사업본부와 램프를 담당하는 ZKW 등 세 축이 맞물려 전장 사업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VS사업본부(당시 VC사업본부)를 신설한 뒤 사업 확장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구광모 회장 취임 후인 2018년 마무리된 ZKW 인수는 LG그룹 내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당시 ZKW 인수 가격은 1조4000억원에 달했다. ZKW는 고휘도 LED 주간주행 램프, 레이저 헤드램프와 같은 차세대 광원을 탑재한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기업이다. 생산량 기준으로는 프리미엄 헤드램프 시장에서 세계 5위권이다. BMW·벤츠·아우디·포르쉐 등 프리미엄 완성차업체가 주요 고객사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3분기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전년 대비 2.2%포인트 증가한 19.2%의 점유율을 보이며 1위를 굳혔다. 디스플레이 오디오와 내비게이션(AV/AVN) 점유율도 6.8%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부사장)은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 기회를 가진 전동화 부품 사업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과감한 결정이자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은 이달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키며 배터리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자금조달을 통해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지위를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구광모 회장은 최근 들어 AI·로봇 사업 등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기차 관련 사업도 강화하면서 구광모 회장 스타일의 LG만의 성장 방식을 그려나가고 있다.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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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틀 마련한 삼성ㆍ현대차ㆍLG…새 먹거리위한 '전문가' 전면에 (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아주경제DB]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마쳤다. 이로써 현대자동차그룹도 LG, 삼성에 이어 새 세대 경영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삼촌과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난 구광모 LG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일념으로 능력과 충심을 겸비한 현장 전문가들을 두루 등용했다. 아들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정몽구 명예회장 측근들 사임과 전문 인력들의 약진이다. 먼저 정몽구 회장의 복심인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정의선 회장의 측근 장재훈(56) 현대자동차 신임 사장이 대신하게 됐다. 장재훈 신임 사장은 ‘정의선의 남자’로 불릴 만큼 정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김용환 부회장과는 경영학석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과거 해외영업에서 비서실로 경력을 옮긴 데에 비해 장 사장은 지난해 경영지원본부장과 국내사업본부장·제네시스사업부장 등 중책을 동시에 맡으면서도 전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현장형 ‘멀티플레이어’다. 현대건설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윤영준 사장도 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현장소장부터 경력을 쌓아온 현대건설맨이자 현장 전문가다. 김 부회장과 함께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는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이 재무통이었던 것과는 다른 인사다. 정재욱 현대위아 신임 사장 역시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부품 개발 전문가다. 정재욱 사장은 30년 이상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부품개발 부문을 경험한 베테랑이다. 이번에 고문으로 물러나는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은 재무와 전략기획을 주로 담당했었다. 신재원 현대차 신임 사장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지낸 전문가로 현대차그룹의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을 책임진다. 이밖에 김세훈·이규오 현대차 신임 부사장도 각각 연료전지와 전기차플랫폼 분야 전문가다. 현대모비스 신임 사장으로 승진한 조성환 사장 역시 스탠포드대 기계공학박사이자 현대모비스에서 R&D부문을 담당해온 전문 인력이다. 미래 산업인 UAM·수소전지·전기차 등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경영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하던 기존의 방식을 깨고 현장에서 개발을 주도해온 인물들을 사장으로 등용한 것이다. [표=김성훈기자] 정의선 회장의 이 같은 기조는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신임 사장에 DRAM개발실장 이정배 부사장이 임명됐고,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으로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최시영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기술 전문가들을 등용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최주선 신임 사장은 KAIST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을 역임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이며, 김성철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도 경희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OLED 개발실장·디스플레이연구소장 등을 맡았던 OLED 개발 전문가다. ‘반도체 분야 초격차’를 외치며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실제 기술개발과 제품설계를 주도해온 전문가를 사장에 임명했다. 신동엽 연세대학교 경영연구소 교수는 “기존에도 공대 출신 CEO들이 많이 배출되긴 했지만 실제로 연구소장이나 R&D부문장을 지낸 인물이 사장으로 등용됐다면 본격적으로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LG화학 신임 사장으로 서울대 의학박사이자 한미약품 신약개발본부장과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전문가 손지웅 사장을 선임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산업을 선정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인사였다. LG그룹 계열 반도체 기업 실리콘웍스 대표에도 LG전자 SIC연구소장을 지낸 개발 전문가 손보익 사장을 선임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3~4세들의 경영 특징은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빠르게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조에 따라 이번 연말 인사에서도 ‘믿을 수 있는 자기 사람’ 다음으로 중요한 승진 요건이 ‘현장에서 능력을 보여준 실제 전문가’였다”고 분석했다.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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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과 이별…2021년 구광모의 LG 만들 인사 핵심 '내부 안정' [사진=LG 제공] LG그룹이 새해를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회장이 삼촌인 구본준 고문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위해 꾸린 첫 번째 인사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구 회장은 그룹 내부의 안정과 각 임원의 성과에 역점을 두고 이번 인사를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5일과 26일 양일간 그룹사 임원 인사를 시행했다. 25일에는 LG디스플레이와 유플러스가, 26일에는 ㈜LG와 LG전자를 비롯한 나머지 그룹사가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구본준 고문이 LG를 떠나기로 한 후 완전한 구광모 체제로의 첫걸음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구광모 회장, 내부 안정에 초점...외부 등용 단 한 명 구광모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내·외부에 본인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다. 첫 번째 메시지는 ‘그룹 내부 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구 회장이 등용한 외부 인재는 단 한 명이다. 그마저도 그룹사 직속 임원이 아니라 LG전자가 신설하는 북미이노베이션센터의 센터장이다. 조직의 안정을 위해 내부에서 명망있는 인재를 발탁해 승진시킨 것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신임 대표이사[사진=LG유플러스 제공] 대표적인 예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창사 이래 최초로 회사 내부 인물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LG그룹에 36년간 몸담은 하현회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그의 후임으로 임명된 황 사장은 1999년 LG텔레콤으로 입사한 ‘LG유플러스맨’이다. 통신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 모바일 사업에서 성과를 내왔고, 온화한 리더십으로 선후배로부터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도 1984년 금성사에 입사한 LG맨 이방수 CSR 팀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LG디스플레이 경영지원센터장을 지낸 이 사장은 ㈜LG CSR을 총괄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이 소통 전문가인 만큼 조직의 안정과 점점 중요해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립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1988년 입사 후 한국영업본부에서 영업·전략·유통·마케팅 등을 두루 담당한 이상규 한국영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성과에 역점...성별·나이 관계 없이 인재 발탁 구광모 회장이 인사를 통해 전한 두 번째 메시지는 ‘성과주의’다. 구본준 고문이 계열 분리로 LG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기 때문에 때가 돼 임명하는 식의 인사를 완전 배제하고, 철저하게 성과에 근거한 승진으로 ‘자기 사람’을 늘리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구 회장 본인이 재경팀과 시너지팀, 경영전략팀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따져 가능성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키를 맡기고 충성도를 높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OLED TV의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 이현우 TV운영혁신그룹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기반을 구축해 생산성을 크게 높인 이진규 업무혁신그룹장 등을 전무로 임명했다. LG생활건강에서도 화장품 브랜드 '후'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고, 차세대 명품 브랜드를 육성한 공을 인정받은 이형석 럭셔리뷰티사업부장(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장기룡 상무도 국내외 사업의 성장 촉진과 인재 개발에서 두각을 보여 전무로 임명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특히 여성 임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구 회장의 성과주의 기조에서는 성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경영전략그룹장 전무 [사진=LG디스플레이] 김희연 상무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기반을 구축하고,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수요를 읽어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점을 인정받아 LG디스플레이 사상 최초의 여성 전무가 됐다. OLED 미래기술 개발을 주도해온 윤수영 디스플레이 연구소장(전무)도 최고기술책임자(CTO) 선임됐다. LG생활건강에서도 1983년생인 지혜경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이 상무로 발탁됐다. 지난 4년간 중국 디지털사업을 이끌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한국과 미국에서 색조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강연희 색조화장품 연구소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LG전자에서도 2명의 40대 여성 임원이 새로 임명됐다. 공간가전·헬스케어 등 미래 트렌드를 찾아 상품 차별화에 공을 세운 구지영 책임과 TV 모듈러 설계·가상검증을 통해 제품 경쟁력과 개발효율을 높인 이소연 책임이 상무로 승진했다. 성과 앞에서는 나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LG전자의 경우 신규 임원 중 1970년 이후 출생 비중이 지난해 57%에서 올해 72%로 크게 늘었다.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된 LG전자 우정호 상무는 1980년생으로, 올해 마흔이다. 재계 전문가는 “구 회장도 올해로 취임 3년 차이지만 LG 구광모號의 원년은 내년이 될 것”이라며 “내부 인재 발탁을 통해 조직의 안정과 충성도를 확보한 만큼 내년에는 더욱 진취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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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해도 이별은 아니다?...㈜LG·신설지주, SK처럼 '한지붕 두가족' 되나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LG그룹 제공]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독립이 확정됐다.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총 5개 회사와 함께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다만 구 고문의 새로운 지주회사가 LG그룹 그늘을 완전히 벗어날지는 미지수다. SK그룹처럼 지분 관계 정리 후에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이어질 수도 있다. ◇LG신설지주, 구본준·송치호 공동대표 체제로 ㈜LG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중 LG상사·실리콘웍스·LG하우시스·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가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자회사 국제 물류 기업 ‘판토스’ 등을 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LG신설지주는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 경영 체제로 운영된다. 구본준 LG 고문과 송치호 LG상사 고문·박장수 ㈜LG 재경팀 전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며 구 고문과 송 고문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는다. 사외이사로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를 내정했다. 이중 김경석·이지순·정순원 사외이사 내정자는 감사위원을 겸임할 방침이다. 구 고문과 함께할 것으로 예상됐던 하현회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사진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1년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이 승인되면 ㈜LG는 같은 해 5월 1일부터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 ㈜LG신설지주’의 2개 지주회사로 나뉜다. ◇신설지주, SK 사례처럼 그룹 내에 남을 수도 LG의 분할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구 고문의 독립 형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구 고문의 독립 자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지만 완전히 다른 회사로 분리 독립해 떠날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는 달리 LG그룹 내 또 하나의 지주회사 형태로 남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LG는 이번 분할의 배경에 대해 “경쟁 심화와 경영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영역을 더욱 전문화할 수 있는 구조로 조속히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설 지주회사가 LG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룹 내에서 다른 역할을 맡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LG는 이어 “분할 이후 존속회사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LG신설지주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해 각각의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운 동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LG 측의 설명만 보면 신설지주가 LG그룹을 완전히 떠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서 “SK디스커버리가 소지주로 분리돼 그룹 안에 남은 사례가 있는 만큼 LG신설지주의 그룹 잔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K디스커버리는 기존 SK케미칼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1일 인적분할한 존속 지주회사다. SK디스커버리의 경우 현재 최태원 회장이 지분 0.11%를 갖고 있을 뿐 SK지주와는 어떠한 지분 관계도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구분상 SK그룹에 속한다. SK디스커버리 측은 SK를 떠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SK의 브랜드 가치와 신인도가 엄청난데 이를 버리고 독립한다는 것은 실익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구본준 고문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LG의 이름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일각의 의견이다. 가칭이긴 하지만 회사명도 'LG'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 독립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본준 고문의 아들 형모씨가 경영 수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 신설 지주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실리콘웍스의 매출 규모가 아직 작다는 점도 신설 지주가 LG와 한 지붕 두 가족을 이룰 수도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구씨家, 그룹에 남은 전례 없어...상황 지켜봐야 다만 LG 구씨 가문의 경우 완전히 독립하지 않고 지주사 형태로 그룹에 남은 전례가 없기에 아직 신설지주의 거취를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LG 고위 관계자는 “5월 인적분할 전까지는 신설지주도 새로운 사명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고문 사이에 특별히 알려진 갈등이 없고,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나빠진 점 등을 고려하면 LG신설지주가 그룹에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일단 인적분할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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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상사 중심 독립 구본준, 미래먹거리용 실리콘웍스도 품을까 실리콘웍스 대전 사업장[사진=실리콘웍스] LG상사가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분리안에서 구 고문이 더욱 눈여겨보는 기업은 실리콘웍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상사와 LG하우시스가 큰 폭의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 고문이 꾸준한 실적을 내는 실리콘웍스를 미래 먹거리로 삼으려는 복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LG그룹 입장에서도 실리콘웍스를 계열분리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구본준 LG 고문이 LG상사, LG하우시스, 핀토스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독립할 예정인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계와 시장에서는 또 어떤 계열사가 추가돼 계열분리를 할 것인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 고문의 계열분리는 LG가(家)의 장자 승계·형제 독립 경영의 전통으로 인해 지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때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문제는 ‘어떤 계열사를 갖고 독립하는가’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구 고문 ‘몫’으로 예상되는 LG상사·LG하우시스·판토스가 구 고문이 LG그룹에서 세운 공에 비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지분 가치 측면에서도 이들 기업 만으로는 거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점도 있다. 구 고문이 가진 ㈜LG 지분은 7.72%로 약 1조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비해 ㈜LG가 보유한 LG상사·LG하우시스 지분 가치는 약 4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실리콘웍스, DDI 부문 글로벌 3위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LG그룹의 반도체 관련 계열사 ‘실리콘웍스’와 화학 소재 제조업체 ‘LG MMA’다. 부족한 지분 가치를 두 기업으로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웍스는 올 3분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고 올해 매출 1조원·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을 바라보는 ‘알짜’ 코스닥 상장사다. 구 고문이 LG그룹 반도체 부문과 역사를 함께했다는 점도 실리콘웍스 분리 의견에 힘을 싣는다. 구 고문은 LG그룹이 1979년 대한반도체를 인수해 세운 ‘금성반도체’에서 1985년부터 약 1년 간 부장으로 일했고, 1997년 LG반도체 전무를 역임하다 그해 11월에 LG반도체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라 IMF 사태 여파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에 매각하기 전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각에서는 실리콘웍스가 단순한 지분 더하기 용이 아닌 구 고문이 계열분리해 새로 만들어질 그룹에서 미래 먹거리를 담당할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와 업종 특성으로 대규모 수익 창출이 어려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대신 실리콘웍스를 복안으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LG가 인수한 실리콘웍스는 2019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업계 순위 60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부문으로 축소하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DDI는 모든 디스플레이 장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다. 실리콘웍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4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6.4% 증가했다. 281억원을 기록한 LG하우시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실리콘웍스의 이 같은 성장 가능성을 구 고문이 높게 샀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공격적 투자 없어···LG그룹 반도체 인식 방증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이지만 LG그룹 측에서도 실리콘웍스를 분리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리콘웍스는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는 있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 특수관계자, 즉 LG그룹 계열사로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72%를 차지한다. LG가 가진 실리콘웍스 지분은 약 33%로 현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앞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 이수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구체적으로는 더 살펴봐야겠지만 그룹 내 비중과 중요도 등을 볼 때 실리콘웍스 분리는 LG그룹에 아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웍스는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무차입 경영을 실현했을 만큼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만 이는 사업 확대 등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없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LG그룹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이사회가 열리고 계열분리안을 공개해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실리콘웍스도 구본준 고문의 새로운 그룹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리콘웍스가 구 고문 몫으로 간다면 분리되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진짜 핵심 기업은 LG상사가 아닌 실리콘웍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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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계열 분리 나선다…상사·하우시스 ‘독립’ 구본준 LG 고문[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LG그룹이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3년 만에 계열분리에 나선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LG하우시스·판토스 등을 갖고 독립하는 형태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선대부터 이어진 ‘형제 독립 경영’ 방침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한 시기에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 구본준 고문, LG상사·하우시스·판토스와 함께 독립 1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르면 이달 마지막 주 이사회를 열어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 분리안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LG상사 본사 / 사진=LG상사] 이번 계열분리는 구본준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판토스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독립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 고문이 가진 (주)LG 지분은 7.72%로, 약 1조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한다. 구 고문이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주)LG는 LG상사와 LG하우시스의 최대주주로, 각 회사의 지분 24.69%·33.53%를 갖고 있다. LG상사는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주)LG가 가진 LG상사와 LG하우시스 지분 가치가 구 고문의 (주)LG 지분 가치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반도체 관련 계열사 ‘실리콘웍스’와 화학 소재 제조업체 ‘LG MMA’가 함께 분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 전무는 LG반도체 대표이사와 LG화학 전무를 지낸 경력이 있어 관련 계열사 경영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 지배구조 영향 최소화...LG家 전통 따른 독립 구 고문이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에 나서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먼저 구 고문 본인이 LG상사에서 일했던 인연이 있다. 구 고문은 지난 2007년부터 약 3년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다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 LG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 부문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독립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한다. LG하우시스는 2009년 LG화학의 산업재 사업 부문을 분리해 만든 건축 자재·자동차 소재 기업으로 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아니다. 올해 3분기 기준 LG상사의 매출액은 LG화학의 11% 수준이다. 해외 물류 관련 기업 ‘판토스’도 LG상사의 자회사로 그룹 내 비중은 작다. 이번 계열분리가 성사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시하는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판토스와 LG전자·화학 등 LG그룹 내 주요 고객사와의 내부거래 비율이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간 LG그룹은 LG상사 중심의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작업을 해왔다. LG상사는 지난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주)LG에 매각하고 LG광화문빌딩으로 자리를 옮겼다. 구광모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지난 2018년 판토스 지분 19.9% 전부를 미래에셋대우PE에 매각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계열분리가 LG家의 전통에 따른 자연스러운 독립인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은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을 승계하고, 동생들이 계열사를 분리해 독립하는 '형제 독립 경영'의 전통을 갖고 있다. 희성그룹·LIG그룹·LS그룹·LF·아워홈 등이 계열분리 전통에 따라 독립한 기업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통해 전자와 화학에 주력할 수 있어 LG그룹과 총수 일가 측에서도 반가운 결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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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D·LG하우시스 3분기 호실적, 그룹 신용도 불안 고비 넘겼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그룹 주력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하우시스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그룹 통합 신용도 불안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성장을 위해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외부조달에 대한 우려도 한시름 덜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A+, 안정적·부정적 스플릿) 올 3분기 매출은 6조737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644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흑자전환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증가로 OLED 패널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LG디스플레이는 그간 중국 패널업체들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증설로 LCD 패널 판가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LCD 매출 비중 80%)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확보를 위한 OLED 투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동시에 재무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지난 9월 LG디스플레이는 LG화학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정호영 사장을 임명했다. 이후 대규모 희망퇴직과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새판을 짰다. LG디스플레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그의 역량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또 다른 계열사인 LG하우시스(AA-, 부정적)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3% 증가한 281억원을 기록하는 등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고성능 창호, 단열재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제고했다. LG하우시스는 한단계만 강등돼도 비우량채에 속하는 만큼 이번 호실적으로 등급 하락 우려를 일부 덜었다. 지난해까지 실적 부진이 지속된 반면 올해 들어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와 LG하우시스의 수익성 개선은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두 기업이 그룹 통합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신평사들이 제시하는 신용등급 하락 기준을 충족하고 있어 가장 우려가 컸다. 단독 강등만으로도 그룹 통합 신용도를 끌어내릴 수 있는 수준이다. 또 국내 그룹사 중 LG그룹은 신용도 안정성이 낮은 편에 속해 LGD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정 사장 취임 후 LG디스플레이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구광모 회장의 인사 능력도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양사 모두 ‘부정적’ 전망을 철회하기엔 다소 이르지만 신평사들은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등급 강등 가능성에서는 다소 멀어졌다는 평가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LG하우시스도 중요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적자가 지속되고 있었던 탓에 그룹 통합 신용도가 위협을 받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3분기 실적 내용을 보면 질적 개선이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분기 실적만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긴 어렵지만 단기 내 등급 하락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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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은 일주일ㆍ구광모는 한달…이재용, '삼성 회장'은 언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 자리를 언제 이어받을지가 관심을 끈다. ‘이재용 회장’ 취임은 4대 그룹 3~4세 시대를 여는 마지막 열쇠다. 사실 이재용 회장은 이미 그룹 총수로 인정받아왔다.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현황을 발표하면서 삼성그룹 동일인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회장 직함을 사용해 왔다. 최근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공정위의 현대차그룹 동일인은 정몽구 명예회장으로 돼 있다. 정의선 회장은 회장 취임 이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집요하게 수소차 개발에 매달리는 한편 제네시스 브랜드를 성공시켰다. 그는 회장직에 오르면서 고객 가치를 ‘인류’로 확장하고 자율주행차와 수소연료전지, 스마트시티 등으로 시장지배력을 넓힌다고 선언했다. 현대차기획·영업담당 부회장(2009년)을 거쳐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만이었다. 이 부회장 역시 승진 이후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2014년 고인이 와병을 시작한 이후 총수 역할을 대신 해왔다. 아버지 시대의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넘어 2030년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로 정신없이 내달렸다. 현재 4대 그룹 회장은 현대차를 제외하고 모두 선대 회장 타계 직후 자리를 이어받았다. 최태원 SK 회장은 1998년 9월 1일 회장에 취임했다. 아버지 고 최종현 회장이 같은해 8월 26일 타계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양아버지인 구본무 회장(2018년 5월 20일)이 눈 감은 지 한달 만인 2018년 6월 29일 취임했다. 당시 그의 직급은 부회장이 아닌 LG전자 상무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이병철 선대 회장 타계(1987년 11월 19일) 20일이 조금 지난 12월 1일 자리에 올랐다. 그가 1979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8년 만이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회장직을 승계 받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불법승계 의혹’ 사건 공판준비기일이 지난주 열리면서 기나긴 방어권 행사가 예고됐다. 검찰은 2년 가까운수사 끝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무릅쓰고 지난달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과거 삼성그룹이 승계 계획 ‘프로젝트 G(지배구조)’를 마련하고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진행했다고 본다. 국정농단 재판도 3년째 이 부회장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그의 뇌물죄 파기환송심 재판은 26일 공판준비기일로 8개월만에 재개됐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돼야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 부회장이 삼성의 총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당장 회장 직함이 중요하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 당시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와병하던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라는 의미다. 이 회장 유고 시 자신이 회장으로 취임할 계획에 대해서도 “앞으로 일어날 일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의 수감과 아버지 와병 등으로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더라도 삼성그룹 회장이 아닌 지금과 같이 '삼성전자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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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정의선 “인간 이동 더 자유롭게”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인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사람들의 이동 한계를 재정의하고 이를 통해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끊임없이 혁신할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정의선 당시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영방식으로 그룹의 혁신을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1970년 10월18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휘문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과장으로 입사한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대자동차 구매실장으로 복귀했다.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과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을 맡으며 실무 능력을 키웠고, 기아차 대표이사와 현대차 부회장을 거치며 경영 능력을 쌓았다. 지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선임된 후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정몽구 명예회장을 대신해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조직 혁신으로 성과 이뤄내 지난 2018년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을 맡은 뒤 현대차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2019년 기준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8조9338억원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1833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5406억원 증가했다. 2018년도 당기순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2조9000억원가량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약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 회장의 성과는 크게 ▲디자인 ▲조직 혁신 ▲해외 거점 확보 ▲미래차와 모빌리티로 나눠볼 수 있다. 디자인 부문에서는 지난 2005년 기아차 사장 취임 후 추진한 ‘디자인경영’이 꼽힌다. 정 회장은 2006년에 당시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기아차는 2008년부터 흑자를 냈다. 2009년 정 회장이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러한 성과 덕분이었다. 현대차 조직을 더 다양하고 젊게 바꾼 것도 정 회장 공로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전무와 이사급에 각각 1명뿐이던 여성 임원이 올해 6월 기준 13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사장도 1명에서 3명으로 증가했다. 임원진 연령대도 낮아졌다. 40대 임원이 60여명에 달한다. 최연소 임원은 자율주행 사업 CSO를 겸하는 장웅준 상무는 79년생이다. 정 회장은 조직 내부 혁신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지난 13일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기공을 확정하는 등 꾸준히 해외 거점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2022년 완공 예정인 HMGICS는 모빌리티와 자동차 생애 전체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시설이다. 정 회장은 혁신센터를 단순한 연구시설이 아닌 싱가포르 도심의 랜드마크이자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교두보로 삼을 방침이다. 지난 2019년 11월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맺기도 했다. ◆수소차전기차 등 모발리티 전략 주도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와 새로운 이동수단의 개발은 정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성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의 방향성을 정하고 그룹 임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그룹의 미래상을 세웠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세계 시장에서 연간 167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서 첫 양산형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 회장은 올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부문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차와 수소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되기 위해 기반 시설 확장 등에 힘쓰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한 계열사 등과 ‘수소차용 수소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올해 5월에도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과 수소전기 화물차 보급 시범사업을 위한 MOU를 맺었다. 새로운 수소 승용차 모델과 수소 전기 트럭 양산체제를 갖춰 오는 2030년까지 2만5000대 이상 수소 전기 트럭을 유럽 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목표다. 정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프랑스의 세계적 가스기업 ‘에어리퀴드’의 브느와 뽀띠에 회장과 함께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영화에서만 봐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단순한 자동차기업을 넘어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에서 하늘을 나는 개인 비행체, 이른바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와 기반 시설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올해 6월 이르면 2025년 부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한국형 도심항공 모빌리티(K-UAM) 로드맵’을 제시하며 사업 추진이 가시화됐다.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다운' 청사진 가속화 “미래 현대차그룹은 자동차가 50%, 개인용 비행자동차가 30%, 로봇이 20%인 회사가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을 이끌게 된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밝힌 현대차그룹의 청사진 실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꾸준한 체질 개선과 사업구조 개편으로 기반을 다져온 만큼 개선된 수소전기차 개발과 도심항공 모빌리티(UAM)를 위한 기반 시설 확충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유수의 대기업과 스타트업기업이 각축을 벌이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특히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다운 현대차그룹'을 목표로 하는 정 회장 기조로 미루어볼 때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분야의 강화는 더욱 빠르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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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자부심 유지 위한 선두주자의 고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패스트 팔로워’로 기술 산업 반세기를 견뎌온 4대 그룹은 그 어느 기업보다 추격자의 무서움을 잘 안다. 삼성과 SK가 즐겨 쓰는 ‘초격차’는 선두주자의 자부심과 도전자의 표적이 된 두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단어다. ◆남과 같아서는 1등 유지 안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어록에는 1등 특유의 초조함이 묻어 있다. 6월 화성 반도체 연구소에서는 “가혹한 위기 상황”을 이야기했고, 수원 사업장에선 “자칫하면 도태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메모리 반도체 1위 신화를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1위로 완성하려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30년까지 133조원 투자와 1만5000명 고용을 약속했다. 평택 캠퍼스 내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 시설과 낸드 플래시 생산 투자로 실천 중이다. 기회는 준비한 만큼 찾아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IBM의 서버용 CPU ‘파워10’을 자사가 생산한다고 밝혔다. 그래픽 처리장치 기업 엔비디아의 GPU 신제품 ‘지포스 RTX30’ 생산도 수주했다. 퀄컴의 5G 스마트폰용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 ‘스냅드래곤’ 위탁 생산도 계약했다.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은 5조4300억원이다. 전분기 3조9900억원보다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어느 분기보다 높지만 11조원대를 기록한 2018년 1~2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이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시장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왕좌에 손을 뻗는 이유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행복토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SK 제공] 초격차를 주문처럼 외는 또 다른 기업이 SK텔레콤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늘 ‘행복’과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계열사를 통해 초격차를 강조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5G 상용화 때부터 ‘초격차’를 내밀었다. 빠르고 넓은 네트워크로 사회 진화를 이끈다는 포부다. LTE에 이어 5G 시대에도 시장 1위를 지키려는 노력은 실적으로 반영됐다. 올해 2분기 SK텔레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19% 늘어난 3595억원이다. 이통 3사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남은 과제는 부족한 커버리지와 속도 개선, 흡인력 있는 콘텐츠다. 하지만 업계 공통 해법을 초격차 전략으로 세우기는 어렵다. 최 회장이 두려워하는 ‘서든 데스(갑작스런 죽음)’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는 2017년 “급변하는 경제·사회 환경 아래서 기업이 서든 데스 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사회·경제적 요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초격차를 향해 가는 SK텔레콤이 가진 통신사로서의 지위와 책임을 묻는 말이기도 하다. 구광모 LG 회장이 2월 17일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개발 현황을 듣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길게 보고 투자하라 배터리 업계의 왕좌는 LG가 앉으려 한다. 구광모 회장의 활로는 분사다. 1992년 영국에서 충전식 배터리를 발견해 가져온 고 구본무 회장은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 LGCPI를 세우고 수천억원대 적자와의 싸움을 이어갔다. 미래 먹거리일수록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신념은 아들 구광모 회장의 든든한 발판이 됐다. LG화학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4.2%로 1위다(SNE리서치). 전기차 배터리 특허도 1만7000개에 달한다. 실적도 거침없다.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2조8230억원에 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위인 중국 기업 CATL(22.3%)과 3위 일본 파나소닉(21.4%) 간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다. 더 빠르고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구 회장의 배터리 초격차 해법은 사업부문 분할이다. 17일 LG화학 이사회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 물적분할을 의결했다. 목표는 2024년 매출 30조원 달성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3조원이다. 구광모 회장은 22일 최고 경영진 회의에서 사업별 특성에 맞는 기회를 찾아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나서기로 했다. “어려움 속에도 반드시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 가자”는 그의 발언에서 배터리 분사를 통한 초격차 의지가 드러난다. 불확실성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이자, 초격차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2025 전략’을 발표했다.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등 2대 사업 구조를 축으로,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차 선도 리더십’, ‘플랫폼 사업기반 구축’ 등을 3대 전략으로 삼고 앞으로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2025년에는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해 세계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수소차로는 2025년까지 유럽으로 1600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총 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늘리고, 향후 5년간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친환경 차량, 특히 수소차 선두주자로써의 글로벌 경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다짐을 볼 수 있다.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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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 고객 니즈·사회적 가치 위한 변곡점 구광모 LG 회장(사진 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주경제DB] 편리와 계산이 초 단위로 째깍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재계는 ‘집요’를 추구한다. 총수들은 “몹시 고집스럽고 끈질기다”는 사전적 정의를 말과 행동으로 집요하게 실천하고 있다. 지난 23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사장단 워크샵에서 포스트 코로나 전략으로 ‘집요함’을 내세웠다. 구 회장은 “평균적인 고객 니즈(수요)에 대응하는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선택 받기 어렵다”며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지금이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곡점”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고객 가치’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첫 신년사에선 남보다 먼저 지속적으로 고객 감동을 주자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기술 개발 산실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종종 찾으며 제품 디자인이 주는 고객 가치를 고민했다.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LG전자는 ‘가전 명가’다. 반면 스마트폰은 LG전자의 아킬레스건이다. 가전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스마트폰은 21분기 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LG전자는 ‘기타’로 분류된다. 구 회장이 선택한 ‘집요’는 끈질기게 매달려온 스마트폰 혁신의 서사를 반영한다. “고객 가치에 더 집중하자는 의미”라는 LG 측 설명도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라 할 수 있다. LG전자 스마트폰을 만드는 MC사업본부는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 사이 평택 스마트폰 공장은 베트남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이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스마트폰을 접지 않았다. 대신 전략적 변화를 시도했다. 과거 LG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1년에 두 번씩 알파벳에 숫자를 붙여 프리미엄폰을 내놨다. 하지만 올 5월에는 디자인을 특화한 벨벳을 출시했다. 형식적인 시리즈 대신 제품 자체의 정체성을 살리는 전략으로 변화다.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사진=이범종 기자] 삼성전자는 글로벌 5G 시장에서 리더가 되고 있다. 갤럭시를 앞세운 스마트폰뿐 아니라 통신장비에서도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통신장비시장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집요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과는 뚜렷하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올해 6월부터 2025년 말 까지다. 이제 삼성전자는 대규모·장기간·깊은 신뢰 삼박자로 미국 5G 통신장비 시장을 공략하게 됐다. 현지 시장 진출 20여년 만의 성과다. 중국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는 지난 1분기 삼성전자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을 13.2%로 집계했다. 화웨이(35.7%)와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이어 4위다. 미국 시장에서 핵심 공급자로 인정받은 삼성전자는 향후 주요국 수요로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집요한 경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주특기다. 최근 돋보이는 수소차 사업은 정 부회장의 사활을 걸고 준비해 온 미래 먹거리다. 그는 취임 첫 해인 2018년 11월 충북 충주 수요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기공식에서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경제라는 신산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의선 체제’ 2년이 된 지금 현대차 수소차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넥쏘는 수소전기차 판매 1위(4987대)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세계 최대인 3292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7월에는 세계 최초 30t급 수소전기 대형트럭을 양산해 유럽에 수출했다. 2022년에는 미국에서 수소트럭 상용화를 본격 추진한다. 이달에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비(非) 자동차 부문에 수출하는 기록도 세웠다. 현대차는 16일 스위스 수소저장 기술업체 GRZ 테크놀로지스와 유럽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했다. 현대차는 그간 다져놓은 기술력과 판매 성과로 연간 수소차 생산량을 올해 1만대에서 2030년 5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끈질긴 도전으로 수소차 활로를 개척해 온 정 부회장의 자신감이다. 최태원 회장은 바이오에서 집요함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기업을 공개하면서 이른바 대박이 났다. 최태원 회장이 1993년부터 SK그룹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하고 집요하게 투자한 결과다. ◆총수의 결단이 만든 도전 이러한 성과 뒤에는 도전을 뒷받침하는 총수의 결단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8년 5G 통신장비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지목한 이후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을 이어왔다. 그해 180조원 투자 계획을 내고 인공지능(AI)과 전장(자동차 부품)용 반도체, 바이오와 5G를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정하고 3년간 2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월에는 수원 사업장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해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독려했다.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집요함 없이는 불가능한 도전이다. 구 회장도 벨벳이 나오기 전인 2월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디자인을 재차 강조했다. 알파벳에 숫자를 붙여 1년에 2번 내던 전략폰을 소비자는 ‘프리미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2019년 7월 15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왼쪽 첫 번째)에게 수소전기차 넥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수소차도 정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부회장은 2008년 미국 LA 국제 오토쇼에서 수소차를 내놓고 신차 대신 수소차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이라는 친환경차 비전을 발표했다.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연구 개발(R&D)을 멈추지 않았다. 국내외 행사를 찾아가 수소 사회를 앞당기자는 독려도 거듭해 왔다. 현대차는 그간 다져놓은 기술력과 판매 성과로 연간 수소차 생산량을 올해 1만대에서 2030년 5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끈질긴 도전으로 수소차의 활로를 개척해 온 정 부회장의 자신감이다. 단기 재무성과가 중요한 기업 입장에서 신약개발은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 만큼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6월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며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가 오늘의 SK바이오팜을 만든 것이다.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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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정의선 중심으로 가까워진 총수 거리…"뭉쳐야 산다" [사진=아주경제DB]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4대 그룹 총수 간 거리는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실물경제에 침투해 전 세계가 휘청거리는 위기 속에서 ‘협력’이 절실해진 것이다. 위기 속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간 협력은 이종 업종은 물론 라이벌 그룹·기업도 넘나든다. 또한 노사 문제도 서로 양보하는 개선된 협력관계를 보여줬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막지 못한 총수 회동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던 이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평상시에도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총수들이 강화된 거리두기 속에서도 비공식 회동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들 4대그룹 총수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 이후 8개월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전망이 악화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이 힘을 모으자는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에도 4대 그룹 총수들은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차례차례 회동을 가져 화제가 됐다. 상반기 내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졌지만 이보다 우선순위에 오른 것은 협력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정의선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SDI 천안 사업장에서 만난 데 이어 구광모 회장과 최태원 회장도 각각 6월과 7월 정 부회장을 공식 초대해 회동을 가졌다. 특히 재계 1, 2위 그룹을 이끄는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사업 목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두 총수가 만난 목적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현황을 공유하고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아직 공식적인 사업협력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 도요타자동차-파나소닉 연합에 이어 삼성-현대차 사업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5월에 이어 7월 다시 한 번 이 부회장을 만나 논의를 이어간 바 있다. ◆“AI, 개별 기업 수준으론 안 된다”…필사적 결합 배터리 분야에서 한 차례 협력을 모색한 이들 그룹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카카오 등 각 영역 1위 기업들이 AI 협력을 위해 손을 잡은 데 맞서 KT·LG전자·LG유플러스 등도 ‘AI 원팀’으로 뭉쳤다. 단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플랫폼 수준으로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결코 선두주자로 올라설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초협력을 하지 않으면 두 회사 모두 플레이어가 아닌 사용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적인 부분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고 협력 취지를 밝혔다. 후발 연합체인 AI원팀은 올 초부터 분주하게 세를 불려가고 있다. KT와 LG 외에도 현대중공업, 동원그룹, 한국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산학연에 걸쳐 연합군이 형성됐다. 여러 산업군이 한 데 모인 만큼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로봇, 스마트가전, 스마트선박, 물류, 식품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AI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위기 타파 위한 협력에 노사가 따로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에 노조와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매년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이 반복되는 강성노조였다. 하지만 올해 파업 없이 임단협에 합의했다. 정 부회장이 준비하는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에 노사가 힘을 합친 것이다.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던 삼성도 올해 기조를 바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더"이상 무노조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7월 ‘울산CLX 행복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울산CLX 행복협의회는 현장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행복을 만들어 가는 조직이다. 최태원 회장의 ‘행복경영’ 의지에 노조가 화답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을 비상임 자문위원으로 선임했다. 대기업으로 향한 첫 진보정당 출신 자문위원이다. 추 위원의 LG행은 ㈜LG 최고 경영자 층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추 위원을 선임한 것은 결국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노사간 원만한 협조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추 위원은 피감기관에 취업했다는 이해충돌 문제로 인해 사퇴했다. 2020-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