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아시아나항공 ‘노딜’ 유력해도 투자자들 싸늘

이성규 기자입력 2020-08-05 08:28:46
종합디벨로퍼에서 모빌리티기업으로 급선회...그룹 방향성 혼란 미래에셋대우 LOC 만료...인수 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허술 방증

[사진=아시아나 제공]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한국산업은행이 일축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사실상 ‘노딜’로 가닥을 잡으면서 HDC현산을 향한 투자자의 시선은 한층 더 차가워졌다. 건설과 항공업의 불분명한 시너지 효과,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에도 인수를 강행하고 이후 사태가 악화되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그룹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신뢰가 전부인 자본시장에서 HDC현산은 이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12주간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최대현 한국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HDC현산 요구가 과도하다며 거절했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인수합병(M&A) 계약 성립 기한을 오는 11일로 못 박았다. 12일부터는 계약해지 통지가 가능해진다. 이번 거래와 관련한 모든 법적 책임을 HDC현산에 전가하는 셈이다. HDC현산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 M&A 법률자문사를 태평양에서 김앤장으로 교체하면서 2500억원인 계약금 반환 소송도 불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철회하고 계약금을 온전히 돌려받아도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한층 더 싸늘해진 투자자 시선이다.

지난달 7일 HDC현산은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사전 태핑 과정에서 실패가 예견됐지만 강행한 것이다. 결과는 대규모 미매각이라는 참패로 돌아왔다. HDC현산의 이러한 행동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HDC그룹의 오락가락하는 불명확한 비전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항공업과 건설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명확한 설명도 없고,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에서 무조건 인수를 강행하려는 모습이었다”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예기치 못한 변수지만 그 이전에 종합 디벨로퍼로 도약에서 갑자기 모빌리티 그룹으로 목표를 변경하는 등 일관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불명확한 그룹 방향성이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고 지목했다.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미래에셋대우는 항공기 리스사 진출을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미래에셋대우가 설립하는 리스업체로부터 항공기를 공급받아 비용을 절감하고 미래에셋대우는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현재 HDC현산은 지난해 말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발급받은 투자확약서(LOC)를 연장하지 않았다. 해당 LOC는 지난 5월 만료됐다. 두 주체 사이에 균열이 생기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물론 수익성 제고도 모호해졌다. 인수 완주 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이 꼼꼼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HDC현산은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불투명한 정보’를 강조하지만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HDC현산에 대한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채권운용역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철회하고 그 이전 상황으로 온전히 돌아가도 자금조달시 선뜻 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건설업 특성상 신뢰와 신용은 자금문제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HDC현산이 투자자들의 부정적 시각을 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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