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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CVC 조건부 허용…벤처생태계 바뀌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진 선임기자
2020-07-31 16:29:48

펀드 조성시 40%만 외부자금 허용…업계 "규제 많아 정책 실효성 의문"

공정위 조사 총 18곳 의향, LG·SK·롯데·신세계 등 대기업 7곳

[그래픽=아주경제]


정부가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소유를 허용하되 지분과 외부자금 조달, 투자처 관련 제한을 두기로 했지만, 정책 실효성을 두고는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

벤처 생태계에 민간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금산분리 원칙을 깨고 CVC 보유를 허용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제한적 허용으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연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을 입법할 예정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됐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는 우선 일반지주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형태로 CV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 요청했던 지주 내 계열사 출자는 봉쇄됐다. 이에 따라 기존 벤처캐피탈 형태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혹은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유형으로 설립이 가능하다.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며, 펀드를 조성할 때 외부자금은 조성액의 40% 범위 안에서만 조달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창업투자회사(1천%)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900%)보다 현저히 적다.

펀드 조성시 총수일가,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로부터의 출자는 금지한다. 총수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에는 투자할 수 없다.

또 CVC는 원칙적으로 '투자' 업무만 가능하고 다른 금융업무를 영위하면 안 된다.

해외로 투자효과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투자는 CVC 총자산의 20%로 제한하기로 했다.

투자를 받는 기업의 대기업 집단 편입 요건(CVC가 해당 기업의 지분 30% 이상을 소유하고 최다출자자인 경우 또는 해당 기업 경영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 충족 시에는 유예기간을 기존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했다. 기존에 마련한 벤처지주회사와 동일한 조건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경제장관회의에서 "주요 선진국은 대기업의 CVC 소유를 허용하고 있으며 실제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는 우버 등 다수의 투자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등 CVC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주회사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이 지분을 100% 소유한 자회사인 구글벤처스 및 캐피털 지(Capital G)는 우버, 에어비앤비, 집라인 등 다수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협회에 따르면 CVC가 지난해 미국의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 건수의 24%, 금액의 47%를 차지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대기업 자금의 벤처투자 확대, 회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벤처투자 선순환 생태계 구축, 우리 경제의 혁신성·역동성 강화를 위해 오랜 논의를 거쳐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소유 추진방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CVC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은 "정부의 CVC 허용은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반기면서도 선뜻 나서기에는 제약 조건이 많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은 CVC 계열사를 지주회사 체제 바깥에 만들거나, 해외법인 CVC를 설립하는 등의 형태로 우회전략을 취해 왔다.

롯데가 지난 2017년 지주체제 전환과 함께 CVC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지주사에 속하지 않은 계열사인 호텔롯데의 자회사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SK 역시 미국에 SKTVC라는 CVC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CJ는 지주회사에 편입되지 않은 계열사 형태로 CVC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보유하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CVC를 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게 한 점, CVC의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한 점, 펀드 조성 시 외부 자금을 40%로 제한한 점 등은 정책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존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지주회사들이 그동안 VC가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한 곳도 많은데, 지주회사들이 직접 CVC를 만들면 VC가 펀딩받을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들이 VC보다 특정 산업군에 대해 훨씬 잘 알 수도 있기 때문에 VC가 고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대규모 민간자본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지주회사의 CVC는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스타트업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해외 거대자본에 넘겨주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배달의민족'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직방'은 미국 골드만삭스의 영향력을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일반지주회사 37곳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5조원에 달한다. 풍부한 유동 자금이 벤처스타트업으로 흘러간다면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힘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지주회사들의 CVC에 대한 안전 장치가 충분하지 않고, 재벌이 주도하는 벤처생태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는 금산분리의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투자자금 중 외부자금의 비율을 최대 40%로 허용한 점은 특히 우려된다"며 "대기업이 타인자금을 동원해 경제적 독점 강화에 활용하는 것을 막고, 재벌 대기업의 벤처생태계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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