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이 지난 16일 한진칼 지분 70만주를 담보로 200억원 규모 대출을 받았다고 23일 공시했다. 이날 3자 연합의 한진칼 신주인수권 120만주 공개매수 선언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3000억원을 발행했다. 이 BW는 분리형으로 신주인수권(W)만 따로 거래가 가능하다.
BW 발행 당시 3자 연합은 공모에 참여해 0.75%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신주발행으로 약 2%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지분율을 일부 방어한 것이다. 신주인수권 120만주를 모두 확보하면 기존 지분율(45.39%)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조원태 회장 측은 신주발행 시 신주인수권을 한 주도 인수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한진칼 지분율은 기존 41.14%에서 38.76%로 하락한다. 3자 연합이 확보하려는 물량(120만주)을 제외한 나머지 전량(약 200만주, 주주연합 0.75% 차감 물량)을 차지하면 41.9%로 오른다. 지분율 경쟁만 놓고 보면 조원태 회장 측이 불리한 입장이다.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쟁점은 대한항공 경영정상화에 있다. 대한항공은 알짜자산인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해당 사업부 지분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과 한앤컴퍼니가 인수 후 우선인수권을 대한항공에 부여하는 방식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대한항공 경영이 정상화되면 해당 사업부를 되사들인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조원태 회장 입장에선 ‘경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 자산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래 현금흐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격이다.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3자 연합이 조원태 회장 측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조기 경영정상화를 이뤄내면 기타 주주를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신주인수권 관련 우호세력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진투자증권이 주목된다. 유진투자증권은 한진칼 BW 발행 당시 주관사로 참여해 공을 세웠고 이후 ㈜한진 사모 전환사채(CB) 200억원도 인수했다. 대한항공 신주인수권을 직접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원태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 자체가 추가 지분과 우호세력 확보,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도 나오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조원태 회장 측은 자금력이 앞서는 3자 연합과 지분싸움에서 이기기 힘들지만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회복으로 기타 주주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3자 연합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일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3자 연합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대한항공 경영정상화에 이어 한진칼은 물론 그룹 전반 기업가치가 제고된다면 조원태 회장은 물론 3자 연합도 실익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