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 회사채 발행, '고정금리'로 정면돌파

이성규 기자2020-07-09 11:34:58
A- 부정적…BBB급 전락 위기에 노심초사 산은 등 인수단 9개사…흥행 성공위한 전략 성공시, 현대중-대우조선 합병 시기 부담↑

현대일렉트릭 울산 선암공장[사진=현대일렉트릭]

[데일리동방]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일렉트릭)이 공모채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규모 인수단 구성에 한국산업은행도 포함시킨 것은 물론 고정금리를 제시해 유효 수요를 높이려는 모습이다. ‘부정적’ 꼬리표가 달린 만큼 투심을 끌어올리는 위한 조치다. 특히 이번 수요예측 흥행 성공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기대감이 반영된 것인 만큼 실제 딜(deal)을 서둘러 성사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높아질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은 오는 13일 75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2년물 300억원, 3년물 450억원으로 구성했으며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한다.

희망금리는 개별민평금리에 일정 밴드를 고려하는 방식이 아닌 고정금리를 제시했다. 2년물은 2.8~3.8%, 3년물은 3~4%다. 대표 주관사 4곳(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포함 인수단은 총 9곳으로 구성했다. 산업은행은 인수단 중 한 곳으로 참여하며 총 370억원(2년물 100억원, 3년물 270억원)을 배정받았다. 조달된 자금은 전액 오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상환에 쓰인다.

이번 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고정금리다. 지난 7일 기준 현대일렉트릭 개별민평금리가 2년물 2.43%, 3년물 2.75%라는 점을 고려하면 밴드 하단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금리 매력을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으겠다는 심산이다.

이 같은 방식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으로 투심 위축을 우려한 GS건설과 SK건설 등 건설사들이 활용했다. 키움캐피탈도 지난달 고정금리를 제시했다. 다만 GS건설은 미매각을 기록하는 등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현대일렉트릭은 신용등급은 A-이며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한 단계만 떨어지면 BBB+가 된다. BBB+ 회사채 민평금리 평균(3년물 기준)은 5.07%로 A-급(2.48%)과 격차가 상당하다. 대규모 인수단을 꾸림과 동시에 산은을 포함시킨 것도 이번 수요예측 흥행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일렉트릭 신용도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실적이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수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재무안정성을 흔들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1073억원을 모으는 수준에 그쳤다.

증자로 차입금의존도는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영업실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 사업 부문 실적이 하락하는 가운데 주력 사업부인 전력기기는 지난 2018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지만 신용도 방향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현대일렉트릭 실적 부진은 중동지역 전력 투자 정체, 현대중공업 선박용 전력설비 수주 감소, 선별적 수주 정책, 미국 보호주의 무역 등으로부터 기인한다. 외부변수를 제외하면 현대일렉트릭 실적 개선을 위한 돌파구는 현대중공업뿐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유럽은 선진사들과 후발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가격과 납기를 제시해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현대일렉트릭 실적 개선은 궁극적으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승계로 이어진다. 주력 자회사 성장에 따른 배당 확대가 핵심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초 창사 이래 첫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결정했다. 향후 3년간 배당성향을 무려 70% 이상 유지하는 정책도 발표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지만 정 부사장이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대주주 지분을 증여 혹은 상속받기 위한 포석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현대일렉트릭 수요예측은 단순 자금조달을 넘어 그룹 지배구조개편과 승계에 대한 시장 평가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A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 결과는 펀더멘탈과 금리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대일렉트릭이 고정금리를 제시해 유효수요를 높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부정적 꼬리표가 붙어있고 BBB+급 금리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면 투자자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그룹은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