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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對 이복현, 둘 중 하나는 오늘 밤 운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6-08 13:56:55

삼성측 “구속 사유 어떤 것에도 해당 안돼”

검찰 '공판중심주의 어긋나' 비판 속 진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 다시 구속 위기에 처했다. 국정농단 뇌물죄 사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2018년 2월 이후 첫 갈림길이다. 이날 법원 판단 근거는 검찰과 이 부회장의 명분·법리 싸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 30분 이 부회장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시작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이다. 이날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같은 혐의로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위증 혐의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6일과 29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해당 의혹들이 이 부회장 경영 승계와 연관이 깊다고 본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합병 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을 회사에 팔 수 있는 권리)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청구 기간인 2015년 7∼8월에 호재성 정보를 집중 공개하고 대량의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본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의혹도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내고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영장에 적시했다. 삼성바이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정해둔 가격에 주식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000억원 부채를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4조50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또한 검찰은 김 전 사장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제일모직 제안으로 추진됐고 이 부회장 승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을 문제 삼는다.

반면 이 부회장은 승계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 받거나 지시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구속 사유 가운데 증거 인멸 우려를, 이 부회장은 불구속 재판 원칙과 경영 위기를 법원에 호소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사진=이범종 기자]

◆영장 기각되면 재청구 가능성

원 부장판사 결정으로 이 부회장과 이복현 부장검사 중 한 명은 내상을 입고 재판에 돌입한다. 검찰 조사를 연달아 받은 이 부회장은 2일 자신의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냈다. 검찰이 아닌 외부인 시각으로 판단해 달라는 요청이다.

수사 마무리 시점에 허를 찔린 검찰은 4일 법원에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은 법원에 150쪽짜리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백장 분량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8개월간의 수사 기록은 400권 20만쪽 분량으로 알려졌다. 살펴볼 기록이 방대한 만큼 구속영장 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통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당일 밤 또는 다음날 새벽께 결정돼 왔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은 보강 수사 후 영장 재청구를 노릴 수 있다. 선례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이 남겼다. 특검은 2017년 1월 뇌물・횡령 혐의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특검의 추가 수사와 영장 재청구로 2월 17일 구속됐다. 이번 수사를 이끄는 이복현 부장검사는 당시 특검팀에 파견돼 사건 수사에 일부 관여했다. 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영장은 2017년 2월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같은해 사건을 이어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4월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됐다. 12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로 우 전 수석 사건을 다시 맡은 그는 세 번째 영장을 청구해 구속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역시 법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검찰수사심의위 결정은 구속력이 없다. 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주임검사(사건 담당 검사)는 위원회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강제력이 없다는 뜻이다. 강제력이 있으려면 ‘심의 의견에 기속된다’고 적시돼야 한다.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이범종 기자]

◆위원회·법원에 달린 명분과 법리

일단 법원은 검찰 수사심의위의 기소 여부 의견이 없는 상태에서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심의위마저 기소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을 경우 검찰은 ‘무리한 구속 기소’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2000년대 이후 형사재판에 자리잡은 공판중심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 속에서 진행됐다. 공판중심주의는 일제 강점기 잔재로 수사기관 의견에 좌우된 조서 중심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2003년 전격 도입됐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내 주지 않으면 검사가 판사 집에 찾아가곤 했다는 것이 법조계 전언이다. 일단 피의자를 잡아두고 수사와 재판을 이어가겠다는 ‘수사 편의주의’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비판이다.

형사소송법 201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같은 법 70조 1항에 따라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가 관할지법 판사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그의 주거지는 최근 시민단체가 집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최대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기업을 외면하고 도망갈 염려는 사실상 없다. 또한 검찰 측 주장 대로 증거가 이미 확보됐다면 증거 인멸 염려도 없다. 검찰은 이미 사건과 관련해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110여명에 대한 430차례 소환조사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망신주기’ 성격이 짙다고 본다.

앞서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2회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지난해 5월에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 같은해 7월에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 사유가 없다고 봤다. 당시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며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반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심의위도 기소 의견에 힘을 실어 줄 경우, 검찰은 법리와 명분에서 기선제압 할 수 있다. 특히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설명할 경우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부담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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