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행보 다변화 나선 SK 최태원·LG 구광모

이범종 기자2020-05-30 08:16:00
언택트 경영 강조→대면 격려 공개 최태원, 온ㆍ오프라인 소통 적극 활용 구광모, 사이언스파크서 혁신 당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릴레이 헌혈 행사에 예고 없이 방문한 뒤 헌혈에 앞서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데일리동방] 현장경영 공개를 자제하던 기업인들이 같은날 구성원을 격려하며 어수선한 시국을 극복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위기라는 큰 틀에서 조금씩 다른 배경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언택트 강조 최태원, 현장행보 공개

28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SK T타워. SK텔레콤 구성원 100여명이 참석한 릴레이 헌혈 봉사 현장에 최태원 SK 회장이 나타나 팔을 뻗었다. 그는 “급박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위급환자에게 혈액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강력한 안전망”이라며 “우리 모두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혈액 안전망’의 씨줄과 날줄을 짜는 데 구성원들과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해 헌혈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예정에 없던 최 회장의 깜짝 행보였다.

깜짝 헌혈로 이목을 끈 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직원 격려와 새로운 업무환경 마련 지시 등 ‘원격 리더십’을 보여왔다. 그는 7일 SK 스포츠단 선수와 감독 6명과 화상으로 만나 격려했다. 지난달 27일에도 SK바이어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개발 담당 구성원들과 화상 통화로 만났다. 같은달 23일에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 등 8개 지역 주재 구성원과 화상 간담회를 진행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부적으로 조직과 개인 소외를 막고 외부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최 회장은 자신의 이혼 재판 첫 기일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두고 출석하지 않았다. 26일 열린 2차 공판 때도 직접 소명이 필요할 때는 출석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간 공개를 자제해왔던 현장 행보를 알렸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소통 다변화 신호가 읽힌다. SK 관계자는 “비율을 나눌 수 없지만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 유지 기조에 맞춰 화상회의를 주로 했다”며 “사례 한두 가지만으로 현장 경영 본격화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현장과 온라인 소통을 활용할 뿐 별다른 계산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 회장이 간간이 이어오던 대면 행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볼 때 그간 위축돼 온 소통 방식에 조금씩 변화를 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한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혁신 산실서 임직원 다독인 구광모

최 회장이 헌혈에 나선 날 구광모 LG 회장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구 회장은 그룹 차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인공지능(AI) 추진 전략, 현황과 우수 인재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이삼수 LG사이언스파크 대표와 이곳에서 DX∙AI∙빅데이터∙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맡은 책임자 등과 머리를 맞댔다.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볼 수 있다”며 “사이언스파크만의 과감한 도전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혁신 기술을 준비하고 LG의 혁신 문화를 이끌라는 당부다.

지난달 출범 2년을 맞은 LG사이언스파크는 DX∙AI 분야 역량 강화로 그룹의 지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최신 AI 기술을 적용해 기존 방식으로 성과창출이 어려웠던 계열사 도전과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AI 마스터 100명을 육성하고 외부 전문가도 채용한다.

올해 공개된 구 회장 현장 행보는 신년사와 2월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 방문, 3월 주주총회와 지난 20일 LG화학 대산공장 방문이 전부였다. 매월 한 번 꼴이다.

구 회장의 이날 행보는 위기 상황 속에 진행돼 의미가 깊다. 2018년 6월 회장에 취임한 그는 세 달만인 9월 첫 번째 현장 경영 장소로 LG사이언스파크를 택했다. 이 때문에 구 회장은 어수선한 시국에서 LG 성장동력을 점검하며 초심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LG는 사건사고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7일 LG화학 인도 계열사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스티렌 가스가 누출돼 인근 주민 1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19일에는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 LG화학 촉매센터에서 불이 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구 회장은 20일 오전 급히 헬리콥터에 올라 서산 사고 현장을 찾았다. 국내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을 위로하고 사과했다.

당시 그는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환경, 품질 사고 등 위기 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 순간에 몰락하는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LG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벨벳을 기점으로 적자 탈출 시험대에 올랐다. 제품이 더 많은 사람 손에 쥐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언택트 마케팅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용산사옥을 11~15일 폐쇄하기도 했다. 15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LG전자 채용비리 혐의로 LG서울역빌딩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