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같은듯 다른 이재용-구광모의 위기 속 리더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5-26 11:11:00

이재용 ‘구체적 방안’ 산적한 과제

구광모 LG 회장 안전 경영 시험대

구광모 LG 회장(사진 가운데)이 지난해 8월 29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한 모습. [사진=LG그룹 제공]

두 남자의 위기 속 행보가 연일 화제다. 구광모 LG 회장은 조용히 내실을 다지다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과 회사의 위기 돌파 의지를 적극 알리고 있다.

20일 오전 충남 서산시 하늘을 채운 프로펠러 소리는 구광모 회장이 침묵을 깬 신호탄이었다. 구 회장은 이날 LG화학 대산공장을 찾아 전날 발생한 사고 현장을 살폈다. 신학철 부회장 등 경영진에게 안전환경 사고의 근본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인도와 국내 사업장 사고 관련 피해자와 가족을 위로하고 사과했다. 3월 20일 주주총회 이후 외부에 알린 첫 공식 일정이다.

◆구광모 위기 강조에 쓰인 단어 ‘몰락’

구 회장의 이날 행보는 잇따른 국내외 사고뿐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포함한 그룹 위기관리 능력 재고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는 “기업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환경, 품질 사고 등 위기 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 순간에 몰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LG화학 인도 계열사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스티렌 가스가 누출돼 인근 주민 1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19일에는 대산공장 내 LG화학 촉매센터에서 불이 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도 한창이다. LG유플러스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용산사옥 전체를 11~15일 폐쇄해 전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팬데믹(전지구적 전염병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직원 안전 다음으로 중요한 점이 생산성 효율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공장에 이어 TV 생산 거점도 해외 중심 개편에 나섰다. 기존 인도네시아 찌비뚱(Cibitung)공장을 연내 아시아 TV 거점 생산지로 육성한다. 1995년 세워진 이곳을 조립과 품질검사, 포장 등 전공정 자동화해 생산능력을 50%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구미공장은 롤러블(Rollable)과 월페이퍼(Wallpaper) 등 최상위 프리미엄 TV와 의료용 모니터 생산을 전담한다. 1분기 LG전자 가전은 깜짝 실적을 냈지만 2분기 이후를 장담하기 어렵다. TV 사업을 맡는 HE사업본부 1분기 영업이익은 3258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785억원, 전분기보다 2248억원 늘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이달 15일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벨벳’은 언택트 마케팅으로 점유율 상승을 노리고 있다. 제품은 공개 행사 대신 온라인 패션쇼 형식으로 출시 전 예고편을 보였다.

제품 출시 후에도 LG전자는 제품 외관을 강조한 패션쇼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24일에는 KBS2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LG 벨벳 패션쇼 준비부터 온라인 공개 과정이 소개됐다. 벨벳의 언택트 마케팅은 유명 유튜버의 협업으로 진행중이다.

LG 벨벳은 디자인을 강조한 구 회장 요청에 따른 MC사업본부의 답변으로 불린다. 벨벳은 2018년 세계 점유율 1.7%에 머무른 자사 스마트폰 황금기를 되살릴 첫 주자다. G와 V 등 매년 알파벳에 숫자를 붙여 내던 전통을 깨고 개별 제품 정체성과 디자인을 앞세운 새 전략 시험대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1월 신년사에서 페인 포인트(고객 불만사항)를 이야기한 뒤 2월 LG전자 서초 R&D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았다. 고객가치 실현을 위한 제품 첫 인상과 사용자 경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디자인에 달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의 실마리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인도 소재 LG전자 푸네, 노이다 가전공장은 삼성전자 노이다 스마트폰공장과 첸나이 가전공장에 이어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다.

◆이재용 ‘달라진 삼성’ 강조 행보

삼성의 성장통도 LG 못지 않다. 총수가 뇌물죄 파기환송심 피고인이자 4세 경영 포기 선언 당사자이면서 국내외 사업장 점검에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낸드 플래시 반도체 사업장에서 임직원과 코로나19 장기화 대책을 논의했다. 이곳에선 올해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2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후허핑 산시성 서기를 만나 양호한 생산 경영 환경을 약속 받았다. 플래시 메모리칩 등 분야 협력 강화에 대한 당국 방침도 확인했다. 연초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공장에서 중남미 사업을 점검한 이후 100여일만의 국제 경영 행보다. 그는 글로벌 기업인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을 방문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1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 캠퍼스에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시설 설립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후속 조치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에 133조원 투자와 1만5000명 채용, 생태계 육성 지원 방안 등을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가 목표다.

이 부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이룩한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양대 메모리시장 1위로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팬데믹 영향으로 안개 속에 있다.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은 3조9900억원이다. 전분기보다 약 5500억원 올랐지만 전년 동기보다 1300억원 줄었다. 당장 재택근무 증가가 2분기 서버와 PC 메모리 수요 지속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메모리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그간 변신을 다짐하고 요구받아왔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뇌물죄 재판 기점으로 올해 삼성 계열사 7곳에 대한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6일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무노조 경영 철폐와 노사 상생 방침도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4세 경영 포기는 상속세를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세상이 변한만큼 삼성도 변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부회장과 삼성은 대내외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국민 사과 이후 준법위가 요구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보여주는 한편 코로나19 극복과 양대 메모리 1위 과업도 달성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당시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위기가 국민의 양보와 협력으로 극복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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