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쫓고 잡히는 첨단기술전쟁…LG전자의 특허 방어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5-17 10:11:00

TV·냉장고·세탁기 등 전세계 대상 전방위 소송 진행중

벨벳에 사활 스마트폰, 특허전 승소로 5G폰 격차 벌려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이범종 기자]

LG전자가 기술 격차를 지켜내기 위한 소송전에 한창이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칙에 따른 손해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결단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효자상품 중 하나인 TV 관련 소송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당시 LG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하이센스(Hisense) 미국・중국 법인을 상대로 TV 관련 특허침해금지소송을 냈다. 소송에는 미국 내 판매중인 하이센스 TV가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기술, 무선랜(Wi-Fi) 기반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여주는 기술 등 4가지가 포함됐다. 아직 법원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정체된 TV 점유율...특허 보호·선전 병행

1분기 LG전자는 영업이익 1조90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TV 사업을 하는 HE사업본부는 325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248억원, 전년 동기보다 785억원 늘었다. 매출액이 줄어든 대신 영업이익이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갈 길이 멀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시장조사업체 IHS를 인용해 올레드(OLED) 제품을 포함한 세계 TV 점유율이 16.3%라고 밝혔다. 14.6%였던 2017년에 비해 2%가량 높아졌지만, 2018년 16.4%와 큰 차이가 없다. 같은 업체를 인용해 공시한 삼성전자 2019년 점유율 30.9%의 절반가량이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경쟁자와의 품질 경쟁 속에서 특허 기술 사수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삼성전자와의 TV 전쟁은 지난해 가을 본격화됐다. LG전자는 그해 9월 삼성전자와 같은 날 설명회를 열고 상대 업체 제품을 분해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자사 제품이 LG전자 제품보다 선명한 반면 LG전자 TV는 특정 영상을 재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같은달 LG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 QLED TV 광고가 허위·과장 광고라고 신고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지난달 공정위에 맞제소했다. 공정위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냉장고 양문형 도어 제빙 기술. [사진=LG전자]

소송 대부분이 ‘영업익 1위’ 생활가전

‘가전 명가’를 지키려는 노력은 세탁기 소송으로 이어졌다. LG전자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에 터키 가전업체 아르첼릭 자회사 베코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다. 자사 세탁기에 쓰이는 스팀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다.

문제 된 기술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베코가 사용한 특허는 열에 민감한 소재를 세탁하는 특정 코스에서 스팀 기능을 선택해도 스팀 작동을 막아 옷감을 보호하는 것이다.

LG전자가 세탁기에 스팀 기능을 넣어 출시한 때는 2005년이다. 산업자원부는 이듬해 스팀 세탁 기술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선정했다.

LG전자의 스팀 소송 배경에는 주력 상품에 관련 기술을 넓혀가는 사업 전략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외에 등록된 스팀 관련 특허만 이달 기준 1000건이 넘는다. LG전자는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와 건조기, 식기세척기, 광파오븐 등 프리미엄 생활가전에 스팀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스팀 기술을 적용한 트롬 스타일러 2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대용량 제품 판매량은 같은 기간 약 50% 뛰었다. 3월 출시된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는 판매 2주가 지나면서 건조기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베코와의 소송전은 냉장고 부문에서도 진행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양문형 냉장고 도어(Door) 제빙 기술과 관련해 베코·아르첼릭·그룬디히에 특허침해금지소송을 냈다. 세 회사 모두 유럽시장에서 생활가전을 판매하는 터키 코치그룹 계열사다.

LG전자는 냉동실 내부에 있던 제빙기와 얼음 저장통, 얼음을 옮기는 모터 등 제빙 관련 부품을 모두 냉동실 도어에 배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LG전자가 보유한 냉장고 도어 제빙 관련 기술은 글로벌 기준 400여건이다.

LG전자는 2018년 베코에 경고장을 보낸 뒤 그룹 내 가전사업을 대표하는 아르첼릭과 수차례 특허 협상을 했음에도 진전이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 제기 당시 LG전자 특허센터장 전생규 부사장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선두 업체들의 공통된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는 무선청소기도 소송전이 반복된다. LG전자와 다이슨은 2015년부터 소송을 시작했다. 처음엔 LG전자가 호주연방법원에 다이슨이 허위 광고한다며 광고금지를 요청했다. 이듬해엔 다이슨이 한국서 신제품을 내고 LG전자 제품과 성능 비교 행사를 열었다. LG전자는 자사 동급이 아닌 저성능 제품과 비교해 내용이 왜곡됐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두 소송 모두 다이슨이 꼬리를 내렸다.

다이슨의 반격은 2017년 시작됐다. 다이슨은 LG전자가 청소기 성능 과장 광고를 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이듬해 4월 기각됐다. 다이슨은 그로부터 3달만에 A9 무선청소기 일부 표시·광고문구에 대한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월 다이슨 광고도 문제가 있다며 반소를 제기했다. 그해 8월부터 지난달 12일까지 변론준비기일만 4번을 끌었다.

올해 2월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서 양측은 도돌이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이슨 측은 LG전자 제품 성능 측정 결과가 광고와 다르니 영국인 감정인이 재감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LG전자는 본래 제품을 시험했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을 다시 찾겠다는 입장이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회사 전체 수익을 견인하고 있다. H&A는 1분기 영업이익 7535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전체 영업이익 1조904억원의 69%에 달한다. 전분기 보다 6313억원, 전년 동기보다 259억원이 올랐다.
 

LG 벨벳. [사진=LG전자 제공]

커지는 불확실성… ‘확실한’ 특허 사수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업 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술 보호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출시한 고급 스마트폰 ‘벨벳’을 계기로 과거 영광을 되찾으려는 노력의 포석도 이미 법정에 깔려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독일 만하임지방법원과 뒤셀도르프지방법원에 중국 전자회사 TCL사를 상대로 휴대폰 통신기술 관련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TCL 피처폰과 스마트폰에 적용된 일부 기술이 LTE 통신을 원활하게 하는 3가지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표준특허는 관련 제품에서 특정 기능을 구현하는 필수 기술 특허다.

LG전자는 2016년 TCL에 경고장을 보낸 뒤 여러 차례 라이선스 협상을 요구했지만 TCL 측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앞서 2017년 3월에는 미국 휴대폰 제조업체 BLU, 2018년 6월에는 프랑스 휴대폰 제조업체 위코(Wiko)를 상대로 각각 미국과 독일 법원에 LTE 표준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BLU와는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위코 소송도 1심에서 승소했다.

LTE 기술 특허는 신성장 동력인 5G와 관련 없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5G는 LTE 기술에서 진보됐기 때문에 문제된 표준 특허와 연관성이 깊다는 설명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8년부터 2%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스트레티지 애럴리틱스를 인용해 2019년 자사 제품 점유율이 1.3%라고 기록했다. 2017년 2.5%, 2018년 1.7%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5G 시대를 기점으로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려는 LG전자로서는 법원의 빠른 결론이 필요하다. 소송이 진행중인 법원은 특허 관련 판결이 상대적으로 빠른 곳으로 전해졌다.

업계를 선도해온 기술 자체로 상표권을 등록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LG전자는 지난달 23일 특허청의 ‘올레드‘ 상표권 출원 거절 결정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특허법원 제2부(김경란 부장판사)는 기술용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올레드로 부르는 출원상표를 LG전자만 쓰게 하는 일이 공익상 맞지 않다고 봤다. LG전자가 올레드TV 분야에서 상을 받고 국내외 점유율도 높은 점은 인정하지만 일반인이 올레드 자체를 LG전자 제품의 출처 표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LG전자가 2013년부터 OLED TV를 출시하고 있지만 해당 기술은 이전부터 디지털카메라 등 타사 제품에도 쓰여왔다고 지적했다. 이미 2003년부터 언론에서 해당 기술을 올레드로 표기해온 점도 감안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등도 OLED 또는 올레드 TV라는 품목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점 등을 보면 식별력도 없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자사 상표의 식별력을 인정받기 위한 소송이었지만 ‘LG 올레드’ 등 상표권이 확보돼 있어 관련 표기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LG 올레드는 2012년 12월 12일 상표권이 등록됐다.

LG전자는 전사 차원에서 방어전에 나선다는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안마다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소송을 진행할 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는 포트폴리오를 촘촘히 만들어온 기술에 대한 권익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경남은행
부영그룹
대원제약
국민은행
하나증권
kb_지점안내
주안파크자이
한화손해보험
KB금융그룹
KB희망부자
우리은행
여신금융협회
하이닉스
NH투자증권
KB증권
기업은행
넷마블
KB희망부자
대한통운
신한금융지주
미래에셋자산운용
스마일게이트
미래에셋
DB
보령
신한라이프
메리츠증권
신한금융
kb금융그룹
한화손해보험
하나금융그룹
KB희망부자
신한은행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