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비지주체제 유지...H솔루션 움직임 주목

이성규 기자2020-05-08 10:11:00
기타법인, 3월부터 현재 385억 나홀로 순매수 H솔루션-한화 합병 어려워…행동주의 공격 받을 수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데일리동방] 국내 10대그룹 중 비지주체제인 곳은 삼성·현대자동차·한화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발언으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지주체제 전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체제 전환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지주체제 전환 시 경영권 승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알 수 없는 주체가 ㈜한화 지분을 지속 매입 중이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 윤곽이 더 선명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공정자산 기준 국내 10대 그룹 중 롯데그룹 변화가 눈에 띈다. 보험사 제외 금융 계열사 매출이 지난해 8.6%에서 올해 1.7%로 크게 줄었다. 지배구조 개편 일환이자 현행 공정거래법 충족을 위한 롯데카드 등 매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사 체제에 한발 더 다가갔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도 같은 기간 3.7%에서 3.5%로 줄었다. 계열 구조조정이 아닌 매출 성장률 둔화다. 고가 제품인 자동차 구입시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현대캐피탈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체제로 전환하면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캐피탈 등을 보유해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 지주체제 전환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반면 삼성그룹은 같은 기간 보험사 제외 금융 계열 매출 비중이 18%에서 19.3%로 오히려 확대됐다. 삼성증권, 삼성카드는 그룹 내 영향이 미미하지만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은 단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다. 각각 삼성전자 지분 8.5%, 1.5%를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4.2%다. 지배력이 취약한 만큼 단기 내 지주체제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화그룹은 보험사 제외 금융계열 매출 비중이 지난해 41.2%에서 44.7%로 늘었다. 그룹 전체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보험사 제외 금융계열 매출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결과다. 한화그룹은 사업지주사인 ㈜한화가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이 계열사들이 다시 여러 주력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구조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4년 이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해왔다. 현재는 화학·방산(김동관), 금융(김동원), 건설·레저(김동선)로 경영승계 큰 틀을 만들었다.

삼성·현대차·한화그룹은 비지주체제, 경영권 승계 진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승계와는 다소 무관하다. 사업 형태를 고려하면 지주체제 전환에 따른 실익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승계와 동시에 그룹 지배력 확보를 감안하면 지주체제 전환은 어렵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승계를 위해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이 상속세 절감 차원 저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불필요하게 된 것이다.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가가 이재용 부회장 발언에 급등한 이유다. 더 나아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지주와 삼성생명을 축으로 하는 금융지주로 개편도 점쳐진다.

한화그룹이 비지주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승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주체제로 전환하면 금융업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사업 형태상 지주체제 전환이 무의미하고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발언으로 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지주체제 전환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화그룹은 지주전환 가능성이 가장 낮은 가운데 김승연 회장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H솔루션과 ㈜한화 합병 시나리오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병 자체가 주목을 많이 받는 탓에 행동주의펀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화는 기타법인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주가 급락 시기부터 지난 7일까지 누적 매수 규모는 385억원이다. 같은 기간 여타 주체들은 모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주체를 두고 H솔루션 혹은 행동주의펀드로 의견이 갈린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지난해 H솔루션이 한화 지분을 사들였다”며 “기타법인 주체가 행동주의펀드일수도 있지만 아직 지배구조개편 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번에도 H솔루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주체가 누구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