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SK하이닉스, 왜 경영권 없이 매그나칩 인수했을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4-02 07:24:03

SPC에 후순위로 49.8% 참여…美・中 갈등 고려한 선택

코로나19 이후 준비...지배구조개편 후 경영권 확보 가능성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를 위한 펀드에 최종 참여했다. 하지만 후순위 투자자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초기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 갈등 속 눈치 보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는 파운드리 사업부문과 청주 8인치(200mm 웨이퍼) 공장을 알케미스트캐피탈과 크레디언파스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대금은 총 4억3500만달러(약 5300억원)이며 이르면 오는 8월 중 거래가 완료될 전망이다. SPC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선순위)와 SK하이닉스(후순위)가 각각 50%+1주, 49.8%를 출자한다.

SK그룹은 그간 수많은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외부투자자를 끌어들였다. 투자 부담을 줄이고 신사업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위함이다. 이번 거래도 기존 관행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후순위 투자자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매그나칩 매각 추진 당시 중국 기업들이 인수를 하려 했다”며 “기술 유출 우려가 불거졌고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그간 중국과 파운드리 사업 합작을 위해 노력해 온 만큼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그나칩은 지난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비메모리 사업부가 독립해 설립됐다. 이후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인수와 매각이 반복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출범 초기 국적은 한국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미국 기업이 됐다.

미국과 중국은 정보와 기술 유출 관련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중국과 협업을 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확보 시도는 미국으로부터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의 매그나칩 접근은 그만큼 조심스럽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향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결정은 과감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 한국에 이어 현재 미국, 유럽 등으로 팬데믹(대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는 탓이다.

통상 올림픽 개최 시기에 수혜를 볼 수 있는 TV산업은 도쿄올림픽 연기로 수요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도 플래그십 모델 판매 부진, 신모델 출시에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재택·원격업무 확산으로 서버와 네트워크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세트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 측면에서 보면 종합가전 IT업체보다는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다.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경쟁하는 12인치가 아닌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가 주력이다. 소품종 다량생산 시대가 열리면서 8인치에서 12인치로 수요가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이미지 센서 등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매그나칩도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산정했으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재차 조정한 것이다.

스마트폰 수요 등이 관건이지만 초기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자금적,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4조원 규모에 달하는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포함)을 감안해도 큰 무리는 없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지배구조개편 이후 M&A에 대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SK㈜ 손자회사로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탓이다. 이번 SPC를 통한 참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간 다른 계약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매그나칩 경영권 확보는 이변이 없는 한 지배구조개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 가격과 반도체 관련주 주가는 괴리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심리에 의한 수급 문제인 만큼 적정가치를 찾아가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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