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순항…기업가치는 ‘곤두박질’

이성규 기자2019-10-16 10:11:00
주요 사업 수익성 회복 어려워…경쟁력 제고 절실 지주회사체제 출범 최대 수혜자는 신동빈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순항하는 모습이다. 금융계열사 매각도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들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업황 부진 등으로 인해 주요 사업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력 제고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의 one-lotte’가 신동빈 회장만을 위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탓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롯데지주 주가는 직전거래일대비 2.94% 오른 3만8550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8월 일본 롯데홀딩스가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체제를 사실상 승인한 이후 4년이 지난 현재, 7만~8만원대에 달하던 롯데지주 주가는 반토막 수준이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일부 해소했지만 기업가치는 급락한 것이다.

◆주요 사업부문 수익성 저하

롯데그룹 사업포트폴리오는 유통, 화학, 식음료, 관광레저 등이다. 지난 2013년 이후 유통부문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계열 내 이익기여도가 가장 높은 화학부문 수익성 저하가 지난 2018년 그룹 전반 실적 악화에 크게 일조했다.

화학부문은 석유·화학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올레핀 매출 비중이 높다. 에틸렌 계열 수급 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는 가운데 미국 에탄크래커 등 설비 증설로 타격을 입었다.

유통부문은 오프라인 중심 업체들이 대내외 환경 변화로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중국 마트사업 철수, 최근에는 일본 불매운동이 일부 영향을 미치며 악화되는 상황이다.

식음료부문 실적 역시 전반적으로 소폭 하락했다. 이중 롯데칠성음료는 맥주부문 설비증설과 공격적 마케팅에도 저조한 판매량이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을 제한했다.

그룹 계열사 전반 영업현금흐름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을 지주체제로 편입(약 2조3000억원에 양수)했다. 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순차입금이 2017년 13조원에서 2018년 18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그룹 재무부담은 확대됐다. 다만 연간 7조원 내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00조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감안하면 우려는 크지 않다.

◆주주가치 제고 의구심↑

실적·현금흐름 악화로 주력 계열사의 가치가 급락했지만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롯데지주는 지난 7월 주당 3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2017년 10월 지주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에 앞서 2018년 10월 1165만7000주 자사주 소각도 결정했다.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이지만 지주 출범을 전후로 한 신동빈 회장의 입지를 보면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긴 어렵다.

롯데지주는 그룹 계열 4개사(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가 분할합병해 탄생했다. 각 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하고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투자부문을 합병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018년 1월 롯데지주가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출범 직후 10.5%에서 8.6%로 하락했다. 2018년 말 기준 보통주 11.7%, 우선주 2.3%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이 있지만 시기상으로 보면 가장 큰 수혜자는 신동빈 회장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배구조 개편 전 롯데 그룹 계열사들은 배당에 인색한 것으로 유명했다.

영업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롯데그룹의 행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추가 지배구조 개편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다시 손을 들어줄지는 의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순항하고 있지만 그룹 차원 미래 먹거리를 위한 큰 변화는 미흡하다”며 “결과론적이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은 결국 ‘신동빈 회장만을 위한 롯데’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롯데그룹이 미래에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