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도전과 과제

조현준 효성 회장의 특명, 과거 해결하고 미래로

이범종 기자2019-10-10 10:11:00
투명・기율융합 경영 박차…탄소섬유 세계 선두 유지 횡령ㆍ배임 1심 실형 선고…발목잡는 과거사 해결 필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효성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법정과 시장에서 우려와 성과를 보여주며 극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횡령 혐의 유죄 선고로 개인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재 기술 보국을 위해 글로벌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대 주주 실질적 총수, 투명 경영 박차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효성그룹 동일인도 조석래 명예회장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실제 경영은 3세인 장남 조현준 회장이 이끌고 있다.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은 지분율 21.94%로 효성 최대 주주다. 셋째인 조현상 총괄사장은 21.42%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9.43%다. 차남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은 형제 간 법적 다툼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현준 시대의 효성은 경영 투명성 확보와 소재강국 리더를 자처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6월 지주회사 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섬유・무역),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화학 등 5개사를 분할해 지주사 체제 ‘뉴 효성’을 선언했다. 각사 전문경영인의 투명한 독립경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재고한다는 목적이다.

2007년부터 섬유사업을 맡아온 조 회장은 일찌감치 스판덱스(복원력 강한 섬유)사업 세계 1위를 위해 C(China) 프로젝트로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이후 베트남 생산기지 구축을 진두지휘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올렸다. 효성은 2010년 스판덱스 세계시장 점유율 23%로 1위에 올라선 이후 시장 지배력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세계 주요 전시회도 직접 찾아다닌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기능성 소재 섬유전시회 ‘퍼포먼스 데이즈’에 참가해 아웃도어 의류시장 마케팅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섬유사업을 맡은 주력사 효성티앤씨 2분기 영업이익은 924억원으로 전분기(547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 741억원을 차지한 섬유 부문에서 스판덱스 판가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지만 판매량이 늘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지주사 효성은 2분기 영업이익 1799억원으로 전분기(409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조현준 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8월 20일 전북 전주시 효성 탄소섬유 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 참석한 뒤 탄소섬유를 사용해 3D 프린터로 만든 전기자동차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효성 제공]

◆탄소와 기술 융합에 명운 걸고 투자

조 회장은 미래산업의 쌀로 불리는 탄소섬유시장 진출도 적극적이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철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높다. 이 때문에 자동차용 내외장재와 건축용 보강제, 우주항공산업 등 첨단 미래산업 전반에 쓰이는 꿈의 신소재로 평가된다.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수소경제 핵심소재이기도 하다. 탄소섬유는 수소차 수소연료탱크 핵심 소재다. 수소에너지의 안전한 저장과 수송, 이용에 필요하다. 효성은 2030년까지 수소연료탱크용 탄소섬유시장이 1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효성은 2011년 국내 최초 탄소섬유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부터 전북 전주에 연산 2000t(1개 라인) 규모 탄소섬유공장을 세워 운영 중이다.

자체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장악력도 키우고 있다. 효성은 8월 전주 탄소섬유공장에서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을 열고 2028년까지 탄소섬유산업에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만4000t(10개 라인)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되면 효성의 세계 탄소섬유 시장점유율은 올해 11위(2%)에서 3위(10%)로 올라서게 된다. 고용 규모 역시 현재 400명 수준에서 2300개 이상 신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 전시회에도 효성 탄소섬유를 적극 알리고 있다. 효성은 9월 3~5일 중국 상해에서 열린 ‘차이나 컴포짓 엑스포‘에 참가해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TANSOME)’을 홍보했다.

미래의 쌀을 키울 농부 확보도 시급하다. 회사는 올해 2학기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학부와 석·박사 대학원생 110명 대상으로 산학협력강좌 ‘지식경영‘을 개설했다. 강좌에는 장두원 효성기술원장과 고기능성 섬유·석유화학·광학필름·환경에너지 소재 등 각 분야 연구 담당 임원과 팀장 20명이 강사로 나서 현장 기술 동향과 전망등을 가르친다. 2011년 시작한 산학협력강좌는 서울대와 카이스트, 연세대와 성균관대 등 국내 우수 대학 이·공과대 석박사와 학부생 1000여명이 수강했다. 이 프로그램은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 확보를 위한 조 회장의 기술경영 철학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효성은 품질경영을 위한 체력도 꾸준히 기른다. 지난 7월 효성은 그룹 통합 생산기술센터를 세웠다. 센터는 섬유와 첨단소재, 화학 부문 핵심 공정과 설비 기술 운영을 총괄한다. 효성기술원과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인력으로 구성된 4개 팀 26명 규모로 움직인다. 국내외 섬유 관련 특허 548건, 첨단 소재 관련 특허 708건, 화학 관련 특허 1037건을 보유한 효성은 기술에 기술을 더한 ‘기술융합‘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조현준 회장은 세계 1등 제품을 기술 1등으로 안주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첨단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유럽 등 90여개 사업장과 임직원 3만명을 이끄는 데 필요한 국제 감각을 어린시절부터 키워왔다. 세인트폴스 고등학교와 예일대 정치학과, 게이오대 법학대학원을 나왔다. 사회생활도 도쿄 미쓰비시상사, 모건스탠리 도쿄지점 등에서 경험했다. 효성에는 1997년 입사해 20년만인 2017년 회장으로 취임했다.

◆집안 갈등이 부른 법정싸움 살얼음판

이처럼 조 회장은 첨단 소재 기술로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법원을 오가며 우려 섞인 시선도 한몸에 받고있다. 조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9월 6일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법원은 그가 개인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에 고가로 편입시켜 12억원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와 허위 직원을 등재해 급여 받은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사건은 검찰과 조 회장 양측이 항소장을 제출해 2심으로 넘어간다.

이 사건은 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2017년 조 회장이 대주주인 계열사 트리니티에셋 매니지먼트 최현태 대표를 상대로 7억원 손해배상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재판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형을 겨냥해 소송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2014년 7월부터 동생이 형을 상대로 고발하기 시작한 효성가 형제의 난 여파다.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시트벨트원사 등 세계 1위로 인정받는 효성의 발목이 과거에 붙잡히고 있는 셈이다. 조현준 회장은 탄소섬유 중심 신소재시장 선점과 2심 집행유예 등 쉽지 않은 도전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조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의 고객이 하는 소리까지 경청해서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무엇인지,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는지, 기업이 번영할 것인지 결정하는 주체가 고객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법원은 그의 횡령을 지적하며 과거 그에게 효성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했다.

법원 바깥 세상도 조 회장의 실천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저와 함께 끝까지 가보자”던 조 회장의 격려는 개인과 회사의 입장에서 중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