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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뗀 ‘힘겨운 첫 걸음’...블랙리스트 ‘팝업씨어터’ 공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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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년 만에 뗀 ‘힘겨운 첫 걸음’...블랙리스트 ‘팝업씨어터’ 공개 사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성민 기자
2019-07-19 20:37:32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는 전진모 연출.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우리는 여전히 그날의 일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내 눈 앞에서, 우리의 공연을 찾아와준 관객들과 우리의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우리가 소중히 만들어 온 공연을 짓밟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위를 기억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도 그분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 반성의 의미에서 예술가를 지원하는 일에서 한발 물러나십시오.”

4년 전 깊은 상처를 다시 꺼내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워보였다. 그들의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는 많은 것을 말해줬다. 

2015년 10월18일은 지워지지 않는 날이다. 당시, 예술위는 대학로예술극장 1층 씨어터카페에서 공연된 연극 ‘이 아이’(김정 연출)의 내용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10월17일 밤 공연예술센터장, 운영총괄본부장, 문화사업부장 등이 대책회의를 진행하여 공연 취소 및 공연 방해를 논의했다. 다음 날 간부진들은 공연장소인 씨어터카페에서 공연 방해를 직접 실행했다.

2018년 4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 결과, 공연취소 지시 및 공연방해, 대본 검열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아이’를 만들었던 김정 연출과 황순미, 임영준, 김원정은 19일 4년여 만에 씨어터카페에 다시 섰다.

‘이 아이’ 공연 방해 뒤 대본 제출을 요구 받았던 ‘후시기나 포켓또’ ‘불신의 힘’의 윤혜숙, 송정안 연출,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사업부 소속이었던 염한별, 김준수, 김진이도 함께 했다. 담당자였던 김진이씨는 용기 있는 제보로 ‘팝업씨어터’ 사태를 세상에 알렸다. 블랙리스트 피해를 입은 전진모 연출과 동료 예술가들도 함께 섰다.

어려운 걸음을 한 이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팝업씨어터’ 사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을 들은 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을 발표한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청년 예술가들에게 국가가 폭력을 가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2차 피해를 입은 분들, 연극계를 떠난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원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다”고 고개 숙였다.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하여 2017년 2월과 2018년 5월 두 차례 사과문을 발표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개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였다. ‘팝업씨어터’ 피해자 그룹은 지난 4월10일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여덟 차례 논의를 거치며 사과문 및 입장문 발표 계획(안) 구성 실무자 회의를 가졌다. 양 쪽이 만나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 걸음이다.

[고개 숙인 박종관 위원장.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논의를 여러 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 측의 거리는 멀게 느껴졌다.

‘팝업씨어터’ 사태의 가해자들인 당시의 공연예술센터장, 운영총괄본부장, 문화사업부장은 이날 이 자리에 없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담당자는 “공연예술센터장은 2018년11월 최종 징계 전 퇴직했다. 당시 운영총괄본부장과 문화사업부장은 정직과 감봉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종관 위원장은 “당사자들로부터 이 자리에 나오는 것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야기 전해 들었다”며 “당사자들의 사과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당사자들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번 강력히 항의했다. 중후반부에 사회를 맡은 이연주 연출은 “당사자들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직접 나오지 않은 것에 안타까워했다. 박 위원장은 ‘팝업씨어터’ 공청회 등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4년 만에 한 자리에서 동시에 사과문과 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양 측의 온도 차는 아직 커보였다. 그래도 그들은 행사를 마친 후에도 대화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길이지만 그래도 같이 첫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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